’워낭소리’ ‘200만’ 장기하 ‘1만’, 인디 영화/음악의 참된 명암
OSEN 기자
발행 2009.03.01 09: 22

[최영균의 인사이더]처음 보는 일이다. 인디 영화와 음악이 2009년 2월 마지막 주말에 정상에 동시에 올랐다. 소의 느린 걸음이었지만 한국 영화 시장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고야 만 ‘워낭소리’는 2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2주 연속 박스 오피스 주말 예매 정상에 올랐다. 이와 동시에 인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데뷔 앨범이 한터 차트에서 2월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음반 판매 실시간 순위 1위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싸구려 커피’ 싱글이 인디로는 대박 판매량이라 할 수 있는 1만 장을 돌파한 데 이어 이번 앨범도 발매 초 주문량만 1만 장에 육박하고 있고 나아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 한다. 한터 차트가 영화의 박스 오피스 집계만큼 대표성을 지닌 차트는 아니다. 하지만 인디 음악이 주류 시장의 음반 또는 음원 판매량을 집계하는 어떤 순위에서도 인기 가수들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는 일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기에 인디 영화와 음악이 동시에 차트를 석권하는 ‘인디의 주말’을 맞이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인디의 르네상스’ 소리가 나오는 현 상황에서 좀 엉뚱한 비교를 해보자. 좋은 결과를 얻고 있는 인디 영화계와 음악계 중 누가 더 행복할까. 숫자만 놓고 본다면, 벌어들일 돈만 갖고 따져 본다면 영화가 음악에 비해 몇 백배 행복해야 할 것이다. ‘200만’대 ‘1만’이니 말이다. 사실 인디 음악계에는 최근 주류 가수들 중에도 대다수가 넘지 못하는 판매량 1만 장을 넘기는 인디 음반들이 장기하와 얼굴들 외에도 종종 등장해 ‘인디 음악 부흥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해 2만 장까지 넘어선 언니네 이발관과 올해 들어 1만 장 판매고를 기록한 브로콜리너마저 등이 그러했다. 이번 ‘워낭소리’의 200만 관객이라는 수치는 음반 판매량으로 따져 보면 10만 장과 비슷해 보이는데 인디 음악계에서는 1990년대 말 ‘국민 인디 가요’인 크라잉넛의 ‘말달리자’ 이후 다시는 이런 판매량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외견상으로는 독립 영화가 인디 음악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최근 호성적을 기록하는 작품을 내놓고 있다고 하더라도 둘 모두 여전히 행복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200만’ 인디 영화가 ‘1만’의 인디 음악보다 더 힘든 처지이기 때문이다. 인디 영화계는 ‘워낭소리’가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동안 고사 위기를 맞고 있음을 여러 차례 외쳐왔다. 영진위의 독립 영화 홍보 마케팅 지원 정책 같은 정부의 독립 영화 지원책이 폐지되고 전문 상영관 설립은 요원한 상태에서 영화를 상영할 영화관을 잡기는 갈수록 어려워 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 반면 인디 음악의 경우 음악이 영화 보다는 제작하는 측면에서 좀더 개인적인 차원이 강한 예술이고 그에 따라 제작 비용도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음악 생산과 유통 자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인디 음악도 음악과 대중 사이에서 존재해야 하는 체계적 생산-소비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은 점으로 인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최근 인디 영화와 음악의 좋은 성적에서 느껴야 할 것은 인디 작품도 다수의 대중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점과 이를 더욱 키워나가기 위해 정부든 민간이든 지원과 생산-소비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인디는 문화 강국이 반드시 갖추고 있고 경쟁력의 토대로 삼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숨은지킴이들이다. 문화적 다양성이 자생적으로 유지될 만큼 성숙한 문화계, 문화 산업이 자리 잡기까지 인디에 대한 외부의 관심과 지원은 필수적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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