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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그 괴력의 정체는?

'찬란한 유산', 우리 사회의 핏줄의식을 건드리다

[OSEN=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돈 안준다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냐." 진성식품 대표이사이자 환(이승기)의 조모인 장숙자(반효정) 여사가 며느리와 손녀딸을 앞에 앉혀놓고 하는 이 말은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핵심적인 키워드다. 이 말은 '유산'이라는 말과 어울려 오히려 "사랑하려면 돈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만큼 '찬란한 유산'이 다루는 이야기는 고전적이다. 그것은 저 찰스 디킨즈의 '위대한 유산'에서부터 시대를 거듭해 전해져 온 그 고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한다면, 그 메시지는 '진정한 유산이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전혀 새롭지 않은 메시지가 가진 고전적인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과거나 지금이나 태생, 핏줄로 이어져온 부와 가난의 세습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유산'을 염두에 두고 얘기한다면 가난을 유산 받은 이는 가난하고, 부를 유산 받은 이는 부유하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흘러온 대체적인 정서다. 그러니 이를 뒤집어 버리는 드라마가 어찌 통쾌하지 않을까. '찬란한 유산'은 그 부와 가난의 태생적인 고리를 끊어버리는 인생유전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찬란한 유산'은 이처럼 그 고전적인 소재 선택에서 이미 반 이상의 성공을 일구었다고 할 수 있는 드라마다. 하지만 고전적인 스토리는 잘못된 해석과 진행을 만나면 식상한 얘기가 되고 만다. 따라서 '찬란한 유산'이 8회 만에 이미 30%에 육박하는 괴력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진짜 이유는 바로 이 소재 이외의 요소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이 드라마가 '위대한 유산'이 가진 고전적 스토리를 우리 식 버전으로 잘 녹여낸 것이다. 이 재벌집의 근간이 설렁탕집이라는 설정은 흥미롭다. 흔히들 욕쟁이 할머니가 고집스레 음식 맛을 고수하며 일궈낸 우리 식의 성공신화가 그 밑바탕에는 깔려 있다. 설렁탕집의 풍경은 여타의 재벌가를 다루는 드라마가 그렇듯이 펜대만 굴리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거기에는 여전히 육체적인 노동이 주는 땀과 눈물이 배어있다.

설렁탕집은 장숙자라는 할머니의 인생관 자체가 스며있는 공간으로서, 그것을 싫어하면서도 거기서 벌어들이는 돈만을 바라는 가족들과 대조를 이룬다. 하루아침에 모든 지원을 끊어버린 장숙자 여사에 의해 일을 해야만 하는 가족들이 설렁탕집에서 무를 썰고 서빙을 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육체노동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구석이 있다. 게다가 이 설렁탕집으로 대변되며 부딪치는 할머니와 자식들의 인생관에는 한때 가업을 이루었지만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어른들의 정서 또한 스며있다.

하지만 고전적 이야기가 우리 식 버전으로 토착화된 이 드라마의 진짜 성공 이유는 그 진행의 묘미에 있다. 이 드라마는 드라마로서 가질 수 있는 대부분의 감정들을 거의 모두 껴안고 있다. 이 드라마가 웃기다가도 울리고 한편으로는 자극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먹먹함을 줄 수 있는 것은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스토리 진행 위에 잘 세워놓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부모가 자기 친 핏줄이 아니라고 자식을 내치는 이 비정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는 그 모든 절망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밝게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와 균형을 이룬다. 이로써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잔잔하고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주는 울림이 가능해진다.

모든 유산을 빼앗겼지만 '착한 심성'이라는 빼앗길 수 없는 유산을 가졌기에 성공하는 은성(한효주)의 인생유전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깔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현실과 보편적 정서 사이의 이 거리감(긴장감)은 이 드라마가 가진 공감의 힘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유산의 문제는 그만큼 가족(핏줄)에 집착적인 우리네 사회가 가진 딜레마이자 아킬레스건에 해당한다. '찬란한 유산'은 그 아킬레스건을 판타지로 부여잡고 고전과 현실을 연결시킨 드라마다.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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