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실점 혹독 데뷔전' 정인욱, 실패 딛고 프로로 거듭나야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05.15 07: 42

그야말로 처참했다. 멀리서 지켜봐도 혹독함을 넘어 안스러울 정도였다. 이제 갓 20살 신인 투수가 겪기에는 힘겨운 순간의 지속이었다.
그러나 그 지옥 같았던 시간 속에서도 진정한 투수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제 그런 경험을 어떻게 하나씩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느냐에 달렸다.
2년차 투수 정인욱(삼성)에게 있어 2010년 5월 14일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 데뷔 처음으로 선발 투수를 맡아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목동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결과는 4이닝 동안 13실점(8자책), 패전이었다.

13실점은 역대 투수 두 번째 한 경기 최다실점과 타이를 이룬 것이었다. 역대 최다는 1999년 김유봉(두산)이 대구 삼성전에서 3⅔이닝 동안 14실점이었다. 정인욱과 타이를 이룬 기록은 1995년 이원식(해태)이 대구 삼성전에서 기록한 3⅓이닝 13실점(12자책)이었다.
정인욱으로서는 결코 떠올리기 싫은 기록이었다. 반면 실수 혹은 실패를 통해 진정한 프로 1군 무대를 실감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우선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다.
정인욱은 1회를 탈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간단하게 넘겼다. 2회에도 2사까지 손쉽게 처리했다. 그러나 클락을 볼넷으로 걸어내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강정호, 유선정을 연속 걸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흔들렸다.
직구는 물론 변화구까지 제구가 먹히지 않았다. 곧바로 황재균의 2타점 적시타, 장기영의 3루타, 김민우의 2루타, 유한준의 2루타 등 적시타가 잇따라 터지며 6실점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다. 아웃카운트 1개 잡기가 쉽지 않았다.
야수들의 실수에도 의연해야 했다.
정인욱은 3회 1사 후 클락이 친 평범한 중견수 플라이가 안타로 둔갑하자 당황했다. 중견수 이영욱이 시야에서 공을 놓쳐 2루타가 됐다. 강정호를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유선정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황재균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4회에도 3루수 강명구가 실책하자 곧바로 황재균에게 만루홈런을 얻어 맞았다. 3경기 연속 피홈런이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서 야수들도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자연히 공격력에도 고스란히 영향력을 미쳤다.
선동렬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정인욱에 대해 "당장보다는 앞으로 2~3년은 더 내다봐야 하지 않겠나"면서 "어린 나이에도 주눅들지 않고 제 공을 던질 줄 알더라"고 칭찬했다.
또 "아마추어 때 MVP도 차지했다더라"면서 은근히 자랑까지 했던 선 감독이었다. 실제로 정인욱은 대구고 시절이던 2008년 청룡기와 봉황대기 우승을 차지하며 MVP에 오른 적이 있다.
정인욱으로서는 훗날 이날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개도 들지 못하는 '치욕'일 수도 있고 웃으면서 '무용담'처럼 추억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국보' 선동렬 감독이 직접 보고 인정한 정인욱이었다는 것이다. 정인욱으로서는 그것만 염두에 둬도 의미가 있는 스승의 날 전날 등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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