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세상 <사마귀 유치원>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11.03 10: 46

[김재동의 변죽딴죽] 어른이 여러분 요즘 세상살기 팍팍하시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KBS 2TV 사마귀 유치원이 해결해줄거예요.
미리보기로 예습하고 본방사수 열심히 하고 다시보기로 복습하면 세상살이가 참 편해져요.

어린이들은 아침 8시 EBS 앞으로 모이고, 어른이들은 일요일밤 9시 앞으로 모여든다. 어린이는 에서 꿈과 사랑과 희망을 배우고, 어른이는 에서 요령과 편법과 살아남기를 배운다.
일수꾼 최효종은 진학, 취업, 결혼방법은 물론 경찰되기부터 국회의원되기까지... 심지어 명예퇴직 칼바람 피하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쌍칼 조지훈은 시대가 요구하고 맹신하는 가치 ‘미모’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곰팡이 박성호는 교통사고처리법부터 선거전치르기까지 살면서 부닥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해결방법을 노래와 율동을 곁들여 맛깔나게 일러준다. 주말골든타임에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어른이들을 끌어모으는 이유다.
신데렐라 계모나 뺑덕어멈같은 악녀도 ‘ 이~뻐’ 서 용납되는 세상에서 돈있고 빽있는 부모갖기, 안되면 숨만 쉬고 알바해서 스펙쌓기, 사랑타령은 드라마속에서만 보고 조건맞춰 결혼하기. 사고나면 일단 드러눕기, 급행료 봉투로 시간과 정력 낭비없이 당선되기...
뭐하나 더하고 뺄것없는 통렬하고 적확한, 그야말로 주옥같은 세상읽기가 감탄스럽다.
풍자의 진화다.
세상살이 팍팍하기로야 예전도 마찬가지. 조상들은 탈쓴 말뚝이 쇠뚝이를 내세워 기득권층을 조롱하고 욕하고 골탕먹인다. 하지만 우리의 일수꾼, 쌍칼, 곰팡이는 말뚝이 쇠뚝이처럼 조롱하고 욕할 시간에 그들을 닮으라고 권한다.
 
박지원의 양반전을 보면 양반의 빚진 환곡을 대신 갚아준 부자가 스스로 양반이 되고자 양반문서를 작성하는 대목이 나온다.
“야비한 일을 딱 끊고 옛것을 본받고 뜻을 고상하게 할 것이며 오경만 되면 일어나 황에다 불을 댕겨 등잔을 켜고 눈을 가만히 코끝을 보고 발꿈치를 궁둥이에 모으고앉아 동래박의를 얼음위에 박 밀듯 왼다...”
하니 부자가 보기에 양반돼서 좋을게 하나도 없어 이의를 제기한다.
“양반이 이렇다면 너무 재미가 없으니 이익이 되도록 문서를 바꿔주시오”
해서 고치기를
“...궁한 양반이 시골에 묻혀있어도 무단히 이웃의 소를 끌어다 자기 땅을 먼저 갈고 마을의 일꾼을 잡아다 자기 논의 김을 먼저 맨들 누가 괄시하겠는가? 너희들 코에 잿물을 들이붓고 머리끄덩을 휘휘 돌리고 수염을 낚아채더라도 누가 감히 원망하지 못할 것이다”
하니 부자가 “나를 장차 도둑놈으로 만드려는게요? 그만두시오”하고 양반되기를 포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조롱한 부자는 결국 도둑놈이 되기 싫어 환곡 천섬을 손해보고 양반되길 포기한다.
지금 이런 부자가 있다면 과연 조롱거리가 될 수 있을까?
지금의 이런 부자라면 차라리 미담의 주인공이 될만할 것이다.
그만큼 세상이 바뀌어서 말뚝이 쇠뚝이의 풍자는 시효만료다.
요즘을 사는 우리 어른이들은 앞에 모여앉아 일수꾼과 쌍칼과 곰팡이가 재교육해주는 세상살이를 박장대소하며 배워나가면 될 것이다.
[극작가, 칼럼니스트]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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