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GG] 이대수-최형우, 밑바닥에서 황금장갑까지 '인생역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2.11 15: 59

밑바닥에서 황금장갑까지. 진정한 인생역전이다.
11일 서울 대치동 SETEC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키워드는 '인생역전'이었다. 유격수 이대수(30), 외야수 최형우(28)가 각각 연습생과 방출 선수라는 아픔을 딛고 당당히 황금장갑을 손에 넣은 것이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그들에게 유독 많은 박수갈채와 꽃다발이 전해졌다.
지난 2001년 SK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이대수는 고교 졸업 후 1년을 무적 신세로 지낸 아픔 있는 선수다. 쌍방울이 그를 연습생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구단이 공중분해 돼 이마저도 흐지부지됐다. 창단구단 SK가 쌍방울 선수단을 승계했지만 연습생 이대수의 자리는 없었다.

밑바닥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포기를 몰랐다. 조금씩 1군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2006년부터 1군 주전급으로 도약했다. 2007년 두산에 이어 2009년 한화로 트레이드되며 기회를 이어갔다. 10년차가 된 올해 타율 3할1리 8홈런 50타점으로 최고 성적을 냈다. 3할 유격수는 프로야구 사상 16번째였다.
최형우도 스스로의 표현대로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였다. 2002년 2차 6번 전체 48순위로 삼성에 고졸 포수로 입단한 최형우는 그러나 4시즌을 보낸 뒤 방출됐다.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된 그는 때마침 창단한 경찰청에 입대했다. 군복무기간 그는 2군을 평정했고, 제대할 쯤 모두가 탐낼 만한 선수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자신을 방출한 삼성에 재입단했다. 그리고, 삼성복귀 4년째가 된 올해 최고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홈런(30개)·타점(118점)·장타율(0.617) 타이틀을 휩쓸었다. 최초의 방출선수 출신 홈런왕이라는 인생역전 드라마를 썼다. 그런 그에게 3개의 자리가 있는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이대수는 "10년 전 시상식에서 생각했던 꿈을 이 자리에서 이뤘다. 부모님이 그동안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는데 오늘 만큼은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형우도 "다들 알다시피 난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다.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그래서 매 시즌이 기대되고 설렌다. 실패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올해 골든글러브는 출범 30년을 기념해 레전드 선수들이 직접 시상했다. 이대수에겐 당대 최고 유격수로 활약한 김재박 전 LG 감독이 트로피를 수상했고, 최형우에게는 같은 팀에서 한솥밥먹은 타격의 신 양준혁 SBS 해설위원이 전달했다. 30주년 골든글러브를 더욱 더 빛낸 인생역전 드라마의 주인공, 바로 이대수와 최형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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