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 쏠 실탄 100억원으로 투수력 키웠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2.14 07: 53

'여왕벌' 정대현(33)이 롯데 유니폼을 입는다.
롯데는 13일 해외 진출 대신 국내 복귀를 선언한 정대현과 4년간 총액 36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6억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36억원은 불펜 투수 중에서는 역대 최고액이다. 이전 최고액은 2004년 진필중이 LG로 옮길 때 체결한 4년 총액 30억원이다. 올 시즌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 가운데서도 다년 계약 선수들 중에서는 4년 50억에 넥센 유니폼을 입은 이택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지난 2001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정대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서 통산 477경기에 등판해 32승 22패 99세이브 76홀드(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롯데는 정대현 뿐 아니라 지난달 22일 이승호(30)와 4년간 총액 24억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2000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한 이승호는 최고 146km의 직구와 정교한 제구력을 겸비한 선발, 중간, 마무리가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로서 통산 374경기 출장, 방어율 3.87  73승 64패 41세이브 22홀드를 기록했다.
그 동안 큰 FA 계약이 적었던 롯데로서는 한꺼번에 거물급 불펜을 두 명이나 영입하는 모험을 강행한 셈이다.
롯데는 지난달 말 이대호(29, 오릭스)와 계약 협상을 하면서 과감하게 100억원을 베팅했다. 팀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를 꼭 붙잡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이대호는 고향팀에 안주하는 대신 꿈을 택해 일본으로 떠났다.
롯데는 거포 타자를 놓치자 준비해 놓았던 돈으로 의외의 전략을 택했다. 이승호를 영입한 뒤 11월 22일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 2명을 택했다. 그리고 13일 최고의 잠수함 정대현을 영입하면서 내년 마운드를 확실하게 다졌다.
롯데가 투수에 전력을 쏟은 데는 이유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51) 감독은 팀의 4번 타자였던 이대호의 공백을 걱정하는 말에 항상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우리 팀은 타자보다는 투수 쪽이 문제다. 더 급한 건 그 쪽이다".
우선 올 시즌 15승을 거두며 팀 에이스로 활약을 펼친 좌완 장원준이 28일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있다. 현재 롯데에는 장원준의 공백을 채울 선발감은 물론이고 선발로 들어갈 좌완 투수마저 마땅치 않다. 크리스 부첵과 재계약을 포기하는 대신 선발 외국인투수를 물색하고 있지만 공백을 채워 줄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여기에 포스트시즌 결과도 양 감독에게 영향을 줬다. 흔히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 말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증명됐다. '타력의 팀' 롯데는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서 SK를 맞이했으나 마운드 높이에서 밀리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정규시즌 2위도 충분히 값진 성과지만 우승을 목표로 삼으며 부임했던 양 감독이기에 입맛이 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팀의 핵심 불펜 임경완(36)은 FA를 통해 SK로 옮겨갔다. 당시 양 감독은 "있는 선수를 다 지켜도 모자랄 판인데 도리어 빼앗겨서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FA나 2차 드래프트 등 투수 전력 보강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롯데가 정대현과 이승호를 영입하는 데 쓴 총액은 60억원이다. 이대호를 위해 준비했던 100억원 중 60억원을 투자해 40억원을 남긴 셈이다. 이대호를 뺏긴 뒤 정반대의 전략을 택한 롯데가 내년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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