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를 통해 본 프로야구 기부 문화는 어떠한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2.22 13: 53

세밑이다. 훈훈한 온정이 추위를 녹이고 있는 요즘 야구계에도 의미 있는 기부가 있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38)가 주인공이었다.
박찬호의 한화 입단이 화제가 된 건 단순히 그가 한국에 복귀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최저 연봉 2400만원을 받고 야구발전 기금 6억원에 계약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2400만원 연봉도 모두 기부 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의 무료봉사로 기부를 택한 것이다. 박찬호의 기부를 계기로 프로야구 기부 문화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기부 문화 정착시킨 송진우

프로야구에 기부 문화를 정착시킨 인물은 최고령 선수로 활약한 '210승 레전드'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다. 송코치는 2002년 9월15일 선동렬 KIA 감독을 넘어 147승으로 프로야구 최다승을 작성한 뒤부터 장애 아동 및 청소년 지원금을 기부했다. 처음에는 구단과 1승당 50만원씩 100만원을 기부했고, 2003년부터 직접 1000만원씩 송 코치가 직접 '아름다운 재단'에 기금을 만들어 운영했다. '송진우 기금'은 기부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송 코치는 "한화 김승연 회장님이 장애인 돕기에 많은 신경을 쓰셨다. 최다승을 할 때부터 뜻을 같이 하고자 기부를 시작했다"고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송 코치는 청각장애자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가 2002년 창단할 때부터 지금까지 손수 야구용품과 훈련 지원금을 아끼지 않았고 베풀었다. 이외에도 소외된 이웃에게 꾸준하게 지원하며 기부 문화에도 레전드로 남아있다. 그의 선수생활처럼 오랫동안 은은하게 빛났다.
사실 프로야구 초창기 기부 문화는 발달되지 않았다. 송 코치도 "초창기에는 선수들도 여유 있는 편이 아니었다. 고액 연봉도 몇몇 특급 선수들에게만 국한됐다"고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홈런과 안타 또는 승리와 세이브로 일정 금액을 적립하고 불우 이웃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FA 제도 이후 야구 재벌이 탄생한 뒤 스타 선수들이 직접 개인적으로 나서며 기부 문화가 조금씩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겨울마다 거의 정기적으로 구단과 선수가 함께 하는 봉사활동으로 세밑 온정을 나누고 있다.
 
 
▲ 박찬호의 기부, 기폭제가 될까
최저연봉과 야구발전 기금으로 계약하며 한화에 입단한 박찬호는 사회 환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하는 것이 유소년과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와 메시지가 될까 많이 고민했다. 한국야구를 발전시키는 길이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내게 돈을 얼마나 버는 건 큰 의미없다. 어떻게 사회에 환원하고, 롤모델이 되는가가 더 값어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찍이 야구 재벌이 된 박찬호는 박찬호장학회를 통해 기부 문화를 이끌었다. 그는 1997년 기금 1억원을 조성한 뒤 2001년 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야구 꿈나무와 청소년들을 포함해 14년간 325명의 학생들을 지원했다. 2000년부터는 박찬호 야구대회를 개최해 유소년야구 저변 확대에 힘쓰는 등 그간 20억원 이상의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송진우 코치도 "박찬호가 역시 훌륭한 선수라는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며 "박찬호는 우리나라 야구에 영향이 큰 선수다. 크게 공헌한 것이 많은 선수가 기부를 하는 건 좋은 일이다. 돈 많다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박찬호의 통 큰 기부를 높이 평가했다. 박찬호의 기부는 향후 프로야구 기부 문화에도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기부 문화는 왜 중요한가
프로스포츠는 기본적으로 팬들의 관심을 먹고 산다. 30주년을 맞이한 올해 최초로 600만(680만9965명)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불과 몇년 전까지 돈먹는 하마에 비유된 프로야구이지만 이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려 한다. 팬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받은 만큼 보답해야 하는 법. 사회 환원은 프로스포츠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프로야구도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출범했다. 송진우 코치도 "프로야구가 성장한 만큼 팬들과 사회에 기부를 통해 보답할 필요가 있다. 선수 협회도 있고, 여러가지 기구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모양새를 갖출 방법은 많다"고 강조했다.
박찬호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고민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좋은 추억과 교훈이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할 것"이라며 "나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선수들이 동참하면 더 큰 메시지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없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분명히 보람있고 유쾌한 일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프로야구에는 박찬호장학금을 받은 선수들이 여럿 된다. 최고연봉자 김태균도 박찬호장학금의 수혜자였다. 그 역시 장학회를 만들어 야구 꿈나무들을 지원하고 있다. 대물림이 되어 하나의 좋은 문화가 된 것이다. 작게는 프로야구 선수의 위상을 높이고, 크게는 야구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길이 된다.
우리나라도 존경받는 프로 선수가 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700만 관중 시대가 머지 않은 프로야구에게 주어진 중대 과제. 박찬호의 기부는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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