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야구결산] 9구단 NC 탄생과 10구단 태동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2.31 14: 06

야구 열기로는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았던 곳을 연고로 제 9구단이 탄생한다. 또한 야구 인기 증폭은 새로운 10구단의 태동을 알렸다. 2011시즌은 시장 확대를 암시하는 움직임이 더욱 뜻 깊은 한 해다.
올해 ‘리니지’로 잘 알려진 NC소프트는 통합창원시를 연고로 하는 NC 다이노스를 공식 창단했다. 이미 지난 8월 31일 두산 지휘봉을 놓고 2개월 간 야인 생활을 하던 김경문 감독이 공식 감독으로 취임했으며 58명의 선수단은 전라남도 강진, 제주도 서귀포에서 마무리훈련을 치렀다.
또한 경기도 수원, 전라북도 전주는 10구단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그와 함께 미국에서 너클볼을 사사했을 정도로 야구 열정이 대단했던 허민 위메이크프라이스 대표는 김성근 감독-김광수 수석코치 체제로 한국 최초의 독립리그팀 고양 원더스를 창단했다. 2012년 1군 진입을 앞두고 1년의 유예 기간을 보낼 NC와 번외 경기를 치를 예정인 원더스의 2012년 2군 리그 맞대결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퓨처스리그로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전망이다.

▲ 야구 소년의 간절한 꿈, 현실이 되다
김택진 NC 구단주는 이미 IT 업계에서 신화를 창조한 이다. 리니지를 비롯한 온라인 게임들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NC 소프트를 거대한 기업으로 이끌었다. 김택진 구단주 또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2조원대 주식 재벌이 되었다.
재능있는 IT인에서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된 김택진 구단주의 선택은 바로 프로야구였다. 게임 광고가 공중파를 통해 나올 수 없던 시점에서 NC는 더 많은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는 방법을 택했고 그 결과 프로야구는 NC의 새로운 홍보 무대가 되었다. 대기업이 TV로도 광고비를 지출하는 것과 달리 NC는 공중파에 할애될 광고비를 고스란히 프로야구단 운영에 쏟을 수 있어 경제적으로는 더욱 이득이 되는 편이다.
지난 9월 故 최동원 전 한화 감독의 장례식장을 찾아 뜨거운 눈물로 추모의 뜻을 밝혔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지닌 김택진 구단주는 야구 기자 출신 이태일 대표를 선임하고 롯데 단장을 역임한 이상구 단장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난 8월 31일에는 두산 감독,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경력의 김경문 감독을 초대 감독으로 앉혔다.
9월에는 대규모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수단을 구성했으며 신인 드래프트서도 이민호(부산고 졸업예정), 노성호(동국대 졸업예정), 나성범(연세대 졸업예정) 등 뛰어난 유망주들을 뽑은 NC는 11월 22일 2차 분배 드래프트를 통해 조평호, 허준(이상 전 넥센), 이재학(전 두산), 오정복(경찰청-전 삼성) 등 1군 경험도 지닌 선수들을 가세시켰다. 김경문 감독은 마무리훈련을 마치며 “기존 구단에 비하면 아직은 모자란 감이 있다. 그러나 패기를 앞세워 선배들을 위협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라는 뜻을 밝혔다.
게임 ‘던전앤파이터’로도 큰 이득을 얻었던 원더스 허민 구단주는 2000억원대 자산가로도 유명하다. 동시에 본업을 갑자기 놓고 미국으로 건너가 원조 너클볼러 필 니크로로부터 너클볼을 사사한 전력의 ‘괴짜 구단주’다. 2007년 말에는 좌초하던 현대 유니콘스 인수에 관심을 기울였을 정도. 허민 구단주의 꿈은 4년이 지난 뒤 독립리그팀 창단으로 현실화되었다.
지난 8월 18일 SK 지휘봉을 놓고 야인으로 지내던 김성근 감독은 허민 구단주의 삼고초려 끝에 원더스 감독으로 취임했다. 또한 김경문 감독을 대신해 두산의 잔여시즌을 맡아 5할 승률을 기록했던 김광수 수석코치를 비롯해 신경식 전 두산 타격코치, 조청희 전 소프트뱅크 트레이너 등이 코칭스태프로 참여한다. 최근에는 LA 에인절스서 뛴 바 있는 우완 정영일이 원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1982년 프로야구 원년 ‘베이스볼 키드’였던 이들이 성장해 프로야구 30주년이 된 2011년 프로야구단의 어엿한 구단주가 되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김택진, 허민 두 구단주의 큰 걸음은 엄청난 의미를 지녔다.
 
 
▲ 새 팀의 가세, 진정한 시장 확대로 이어져야
이외에도 현대의 마지막 연고지였던 수원과 1990년대 쌍방울의 연고지였던 전라북도도 10구단 유치에 관심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NC의 프로야구 가세를 공식적으로 결정하던 때 이상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특별보좌역은 “기업 이름은 밝힐 수 없으나 NC외에도 탄탄한 중견 기업이 프로야구 창단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프로야구 인기가 뜨거워지며 새로운 구단의 창단 움직임이 물밑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7년 말 현대 인수를 놓고도 계속 매각 가격이 밑으로 치닫던 것이 불과 4년 전임을 감안하면 야구 인기가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단순히 구단이 많아진다는 것이 야구 시장의 진정한 확대 및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2 한일 월드컵 4강으로 인기 절정에 올랐던 K리그는 이후 대구, 인천, 광주 등 시민구단이 가세하며 16개 구단 체제까지 확대되었다.
16개 구단 체제로 확대되었으나 인기는 오히려 10년 전 당시에 비해 줄어들고 말았다. 대기업을 모태로 한 구단들에 비해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던 시민구단들은 스타 플레이어를 다른 팀으로 떠나보내며 성적 면에서 큰 이득을 누리지 못했다. 구단 간의 전력 편차가 심화되며 몇몇 라이벌 더비 매치를 제외하면 재미없는 경기의 횟수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설상가상 올 시즌 중에는 국가대표 경력의 선수들까지 연루된 승부조작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결국 리그 수준 저하는 열성적인 K리그 팬들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시즌부터 K리그는 스플릿시스템을 적용해 승격-강등제를 실시해 생존 경쟁을 통한 리그 부활을 꿈꾼다.
이 전례는 한국 프로야구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9구단 NC와 훗날 새롭게 가세할 10구단이 1군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기존 구단들에게 ‘호구’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리그에 전형적인 약체 팀이 생기며 상-하위 팀의 격차가 커질 경우 결국 팬들의 흥미가 떨어지는 동시에 야구 열기의 급속 냉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새롭게 가세할 막내 구단들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성적지상주의를 간과할 수 없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신생팀의 가세는 오히려 리그의 독소가 될 수도 있다. 기존 구단들의 협력과 신생팀의 분전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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