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가요계, 대형 프로모션 '팍팍!'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2.02.03 12: 02

가요계 프로모션의 스케일이 달라졌다.
프로모션의 기간이 길어지고, 방법도 다양해졌으며, 비용도 상당하다. K-POP 붐으로 활력을 찾았지만, 그와 동시에 무한 경쟁 체제에 접어든 가요제작자들은 퀄리티 높은 음악은 물론이고 프로모션도 남과 다르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선 프로모션의 기간이 눈에 띄게 길어졌다. 멤버 공개부터 티저 영상, 데뷔 무대까지 후다닥 진행하며 최대한 빨리 뚜껑을 열고자 했던 예전 전략과 달리, 이제는 공식 데뷔와 동시에 글로벌 스타가 될 수 있도록 '장기 티징'을 진행하고 있다. 충분한 예열 기간을 갖겠다는 것.

SM은 전세계 팬들과 '동시접속'하겠다는 전략이다. 2008년 샤이니 이후 3년만에 새 보이그룹 EXO를 선보이는 SM은 무려 한달이 넘는 프로모션 기간을 잡고,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EXO의 사진과 영상이 스며들수 있도록 조금씩 정보를 오픈하는 중이다.
벌써 공개된 사진만 해도 65장, 영상도 12개나 되지만 아직 12명의 멤버 중 9명만 베일을 벗었다. 이들 영상은 지난 2일 총 조회수 1000만건을 돌파, 웬만한 인기가수 뺨치는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중. 이미 팬덤을 확보한 스타를 공식 '데뷔'시켜 이후 글로벌 성공에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전략이다.
시크릿의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는 새 보이그룹 B.A.P를 런칭시키면서 지난 한해 내내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리더 방용국을 송지은의 솔로곡에 피처링으로 참여시켜 인지도를 확보했고, 이어 방용국과 막내 젤로가 유닛을 결성해 싱글을 먼저 발표했다. B.A.P 사전 인지도 확보라는 사명을 띤 두 사람은 그룹으로 데뷔를 하기도 전에 해외 프로모션을 가지며 해외팬과의 '스킨십'까지 가졌다. 그 결과, 지난달 첫 쇼케이스에는 무려 3000명이 몰려들었다.
손담비의 소속사 플레디스도 오는 3월 새 보이그룹 뉴이스트 출격에 앞서 벌써 멤버들의 티저 사진을 다 공개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섰고, 카라의 소속사 DSP미디어는 '제2의 카라'를 한국에 데뷔시키기 앞서 일본에서 먼저 활동에 돌입시켰다. 일명 DSP걸즈로 불리는 이들은 한일 공동제작된 실사 결합 애니메이션 '프리티리듬, 디어 마이 퓨처'를 통해 베일을 벗을 예정.
스케일도 커졌다. YG는 오는 29일 빅뱅의 컴백을 앞두고 '사상 최대 프로모션'을 예고한 상태. 아직 구체적인 사항들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해 빅뱅의 컴백에서 수억원의 제작비를 과감하게 투자한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는 등 파격 행보를 해온 YG라,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다. 특히 YG는 멤버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음악 작업에 충실해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자신, 빅뱅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B.A.P는 맞춤 로봇도 제작했다. 지난달 29일 SBS '인기가요' 무대에 세운 B.A.P 마스코트 로봇은 제작비만 약 3천만원. 이동하고, 조립시키는 비용도 200만원을 넘어선다. 소속사는 B.A.P가 첫 무대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캐릭터는 향후 다양한 상품으로 연계 제작될 전망. 지난 연말에는 지상파 광고도 제작, 가요시상식 시간대에 방영을 하기도 했다. 동방신기가 지난해 오랜만의 컴백을 앞두고 지상파 광고를 한 적은 있지만, 신인그룹으로서는 처음이다.
비스트는 월드투어를 앞두고 기념 싱글을 다수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발라드곡 '이럴 줄 알았어'를 공개한 데 이어 3일에는 용준형의 솔로곡 '너 없이 사는 것도'를 오픈했다. 콘서트에서 베일을 벗을 신곡을 미리 디지털싱글로 발표, 콘서트에 대한 팬들의 기대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 가수들이 콘서트에서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는 것은 흔하지만, 이를 미리 싱글로 발표하며 콘서트의 티저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전략은 이례적이다.
이같이 화끈한 프로모션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 음원의 수명이 짧아지고 많은 가수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어 공식 오픈 후엔 승부를 '빨리'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미 뚜껑을 연 후에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 그래서 길게는 한달 전부터 트랙리스트를 공개하거나, 새 그룹 멤버들의 티저를 오픈하는 등 차곡차곡 기대감을 쌓고 있는 것이다.
물론 초기 프로모션에 투입하는 비용이 느는 것은 고스란히 제작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간다. 대중의 반응에 '간'을 보면서 프로모션 비용을 조절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리스크가 훨씬 더 큰 것. 그러나 대안이 없다는 게 제작자들의 입장.
한 제작자는 "최근에는 데뷔곡으로 스타덤에 오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신인은 적어도 3~4장을 발표해야 팬들이 쌓여서 정상에 올라간다. 그 3~4장을 발표하는 프로모션 비용을 초기에 투입하면, 계산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작자는 "요즘에는 높아진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음악적으로 많은 것을 투자하고 신경쓸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만든 것을 프로모션이 부족해 대중에게 덜 선보이는 건 너무 아깝지 않겠나. 당연히 홍보에도 크게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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