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 되는데 3천만원? 기획사 금전요구 '주의보'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2.02.28 10: 07

일부 아이돌 기획사가 트레이닝과 데뷔 비용을 빌미로 연습생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예전에는 이같은 사건이 가수를 데뷔시킬 능력이 없는 사기 집단에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킨 실제 기획사들도 돈을 요구해 연습생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걸그룹에 데뷔하기 위해 고등학교까지 자퇴한 18세 소녀 A양은 지난 2년간 여러 회사와 연습생 계약을 맺으며 2천600만원의 돈을 썼다. 

A양은 OSEN과의 통화에서 "처음 간 회사는 지난해 5월에 전속 계약을 했다. 가을에 데뷔시켜줄 예정인데,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1천만원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1천만원을 줬는데 결국 나는 그룹 멤버에 들지 못했다. 1천만원은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회사를 알아봤는데, 그 회사에선 예치금 형식으로 1천만원을 요구했다. 5년 전속 계약을 맺었는데, 중간에 내가 나가버리면 예치금을 못돌려받는 건 물론이고, 그동안 내가 쓴 트레이닝 비용을 수배로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 학원형 기획사에 수업비 등으로 지불한 돈까지 합치면 그동안 2천600만원 가량을 썼다. 다른 친구들 중에서도 3천만원 이상을 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관련 기사도 많이 검색되고, 이미 데뷔한 아이돌그룹도 버젓이 있는 기획사라는 것. 가요계를 잘 모르는 연습생 입장에서는 기획사의 돈 요구를 이상하다고 보기가 쉽지 않다. 또 연습생 사이에 도는 흉흉한 소문도 이같은 피해를 부추긴다.
A양은 "대형기획사에서 데뷔하는 건 수억원씩 든다는 소문이 있다. 집에 돈이 많거나, 정말 예쁘고 뛰어난 사람들만 가는 게 대형기획사 아닌가. 그렇게 들어가서도 데뷔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니까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문과 달리 대형기획사는 연습생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비스트는 최근 KBS '승승장구'에 출연해 가수와 제작자가 공동 투자 방식을 채택한다고 설명했다. 비스트는 "데뷔하기 전 멤버들의 연습 과정에 투자된 비용은 데뷔 후 수익금에서 회사와 함께 제한다. 만약 연습생이 데뷔하지 못하면 그건 오로지 기획사의 부담이 되므로, 연습생은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현재 가요계에 A양과 같은 사례는 너무 많아 수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뒤늦게서야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른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한 유명 기획사의 관계자는 "오디션을 하다보면, 이전 기획사와 돈 문제가 얽혀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K-POP 붐에 따라 연습생이 워낙 많아지다보니, 일부 기획사에서 연습 비용을 연습생에게만 전가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 다른 회사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피해자를 데려가지 않은 한, 이전 회사와 얽힌 계약을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굴리는 연습생과 그 부모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도 "요즘 괜찮다 싶은 학생들은 모두 소속 기획사가 있다. 그런데 그 중 상당수는 뭣 모르고 계약을 진행한 것이라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전 회사와 소송 중인 연습생은 아무래도 우리 소속으로 뽑는데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력 기획사 관계자들은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단순히 기사만 검색하고 소속 그룹이 있는지만 보고 회사를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수 론칭이 쉬워지면서 겉으로 그럴듯해보이기만 하는 기획사가 늘었다는 것.
신화의 전진과 엑스파이브 등이 소속된 오픈월드 엔터테인먼트의 장석우 대표는 "일반 기획사가 연습생을 대상으로 돈을 받는 경우는 결코 없으며, 또 없어야 할 것이다. 연습생들도 회사의 금전 요구가 잘못됐다는데에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304개 가요기획사가 소속된 한국연예제작자협회도 "정통적인 가요기획사는 연습생에게 금품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ri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