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림 “김수현 인기에 빨대 꽂은 기분”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03.15 14: 31

밤낮없이 주군을 생각하느라 급격히 노화한 것이 아니냐는 눈초리도 있었다. 첫 작품이나 마찬가지여서 많은 고민을 하느라 살이 빠졌고 작품을 위해 다시 6kg을 찌웠다. 배우 송재림(28)은 그렇게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운으로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운은 조선 제일검이다. 주군 이훤(김수현 분)의 명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있었다. 양명(정일우 분)이 반역을 하고 훤의 목에 칼을 겨누는 순간 운은 오랜 벗인 양명의 목에 칼을 댔다. 운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훤을 보필하고 양명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이처럼 로맨스 드라마에서 홀로 짝 잃은 기러기마냥 러브라인 하나 없어도 송재림은 즐겁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김수현와 정일우, 이렇게 죄다 남자들 하고만 호흡을 맞추다보니까 남자끼리 있는 것이 편해졌어요. 촬영 중간에 시간이 남으면 셋이서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끈끈해졌거든요. 그래서 저만 러브라인이 없는 게 아쉽지 않아요. 그래도 남자끼리 있는 것 여기서 그만 멈춰야만 하는 거겠죠?(웃음)”

“초반 마음고생 심했다”
‘해를 품은 달’은 아역배우가 일군 드라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활약이 컸기에 성인배우들이 등장한 후 한동안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그는 “아역배우들이 스타트를 잘 끊어서 부담감이 있었고 초반에 마음고생도 했다”면서 “감독님도 아역에서 성인으로 바뀌면 시청자들 입장에서 아역배우를 떠나보낸다는 생각에 배신감까지 들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실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송재림은 첫 등장 후 유난히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에게 원성을 샀다. 그도 그럴 것이 가뜩이나 선이 굵은 얼굴에서 살이 빠지니 액션사극에 나올 법한 진짜 무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해를 품은 달’은 로맨스 드라마인 까닭에 무사도 어느 정도 예쁘게 보여야 했다.
“첫 작품이나 마찬가지여서 제가 화면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몰랐어요. 살이 많이 빠지기도 했지만 얼굴에 각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깜짝 놀랐죠. 조명을 받아도 얼굴에 그늘이 져있더라고요. 그늘은 눈밑에만 있는 게 아니라 볼까지 내려온다는 것 아세요?(웃음) 결국 2~3주에 걸쳐서 6kg을 찌웠어요. 나중에는 예쁘다고 하는 시청자들도 있던데, 그 말 좋던데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신인배우에게 쏟아진 질책은 뼈아팠다. 그는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살이 빠지지 않고 완벽한 모습으로 나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내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관리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밝혔다.
‘허염’ 송재희와 형제? 사실은...
 
 
송재림은 모델로 활동하다가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연기자로 데뷔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벌기 위해 모델계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영화 ‘그랑프리’(2010), ‘여배우들’(2009)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연기를 한 것은 ‘해를 품은 달’이 처음이었다.
그는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내가 보여드린 연기보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이 왕의 호위무사로서 김수현의 인기에 빨대를 꽂은 것 같아 죄송할 뿐이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해를 품은 달’에는 형제로 오해할 수 있을 만큼 이름이 비슷한 배우가 있다. 바로 송재희(33)와 송재림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송재희과 송재림을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연관 검색어가 ‘송재희 송재림 형제’다.
“제가 재희 형 대신 해명까지 다 하고 다니네요. 저 재희 형 모릅니다.(웃음) 당연히 우리 둘은 친형제가 아니고, 심지어 친척도 아니에요. 성의 한자가 달라요”
송재림은 운과 달리 과묵한 성격은 아니다. 그렇다고 ‘깨방정’까지는 아니지만 표정을 자연스럽게 지어가며 유머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줄 아는 남자다. 그런 송재림이 무표정의 운을 연기했으니 오죽 답답했을까.
그는 “운은 말을 할 때도 감정을 싣지 않는 인물”이라면서 “표정과 동작을 크게 할 수 없어서 연기를 할 때 많이 신경을 썼다. 실제 성격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
 
 
송재림은 인터뷰 말미에 닮고 싶은 선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모든 배우가 롤모델”이라고 현명한 답을 내놨다. 그는 “(김)수현이를 보면 연기를 할 때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고 (정)일우를 보면 세련되고 힘이 넘친다”면서 “두 사람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들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송재림은 똑똑한 배우다.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이 사랑이 언제나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언제까지 운으로 머물 수는 없으니깐요. 운을 등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배우로서 저만의 색깔을 찾고 싶어요. 무슨 역할을 맡든간에 송재림의 색깔로 표현하는 것이 꿈이에요.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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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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