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 "'해품달' 제의 받고 끙끙 앓았다"(인터뷰①)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03.19 07: 59

"보기에 어떠셨어요?"
정일우는 양명의 최후에 대한 많은 이들의 생각을 궁금해 하고 있었다. 스스로 '데뷔 이래 최고의 명장면'이라 꼽을 정도로 이번 '해를 품은 달' 속 양명의 죽음 신에 애정이 깊었다. 열심히 고민해서 연기한 만큼 애착도 가고 아쉬움도 남은 대목일 터다.
MBC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을 만나 정일우는 비로소 햇빛을 제대로 받았다. 이전까지 꽃미남 배우, 청춘스타로 자리해왔다면 이제 정일우는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됐다. 여심 녹이는 우월한 비주얼은 덤이다.

국민드라마 '해품달'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3월의 어느 날, 그를 만났다. 아직도 그는 운(송재림 분)의 품에 안겨 훤(김수현 분)의 손을 잡고 피를 흘리며 죽어가던 강녕전 뜰, 그 곳에 있었다. 종영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정일우는 마치 딴 세상사람 같아 보였다. 피곤해 보이기도 했고 약간은 정신이 없어 보이기도 했고 드라마를 마친 홀가분함보다는 무언가를 계속 곱씹고 있는 것만 같았다.
"죽는 장면에서 제 내레이션이 흐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감독님께 한 번만 더 다시 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방송에 나온 건 다시 한 번 녹음했던 거예요."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 건 단순히 기자가 그보다 나이가 많아서였을까. 수년째 기자로서, 때로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그의 연기 행보를 지켜봐왔던 데서 기인한 감정이라 말하고 싶다. '정 배우, 정말 많이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구나.'
양명이 죽음에 이르는 최후의 신은 분명 자타 공인 고도의 연기력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해품달' 최종회가 전파를 탄 뒤, 온라인에는 '정일우의 재발견'이라는 찬사가 쇄도했으니까.
정일우는 그 장면을 촬영하다 부상을 입은 손가락을 무의식적으로 만지작거렸다. 그러면서 담담하고도 진지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저는 (죽는 장면을) 촬영하고 나서 바로 보고 가편집본도 봤기 때문에 본방송 전에 이미 여러 번 봤던 거거든요. 어떤 그림일 줄을 아니까 정작 방송으로 볼 때 저는 괜찮았는데 같이 보고 있던 가족들이 많이 울더라고요."
지난 15일, 그는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 회를 지켜본 후 다음 날 새벽 3~ 4시까지 잠들지 못했다고 했다. 무엇이 그렇게 가슴에 사무쳤을까. 혼자 많은 생각을 하고 또 했단다.
"애초에 작품 들어갈 때부터 양명이 죽는 건 알고 있었거든요.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래서 준비도 많이 한다고 했는데... 아쉬운 부분이야 있죠. 제게도 오래도록 기억될 연기라고 생각해요. 팬분들이 '정일우를 생각하면 앞으로는 이 장면이 떠오를 것 같다'고 해주시던데 감사했어요."
양명이 죽음을 선택한 결말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느냐고 물었다. 그는 "사랑하는 동생과 연우를 지켜주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을 한 거니까.. 결국 양명이 죽어야지만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가슴 아프지만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친군데 그렇게 희생이라는 선택을 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죠.."
 
주위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오래된 팬들이나 지인들은 '정일우의 양명'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번 작품 때문에 '정일우의 진지한 모습을 알게 됐다'고들 얘기하시더라고요. 특히 마지막에 죽는 장면을 보면서는 많이 울었다는 분들이 계셨어요. 저 역시 너무 가슴이 아팠고요."
양명을 연기하는 얼굴과 표정에서 처음으로 '그늘'을 본 것 같다고 했더니 "아... 그렇구나. 사실 양명은 우울증 환자나 다름없었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티를 낼 수 없었지만"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실 정일우는 '해품달' 출연을 두고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은 고민을 했다. (기자와는 tvN '꽃미남 라면가게'를 끝낸 직후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즈음 '해품달' 캐스팅 제의를 받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때, 사실 제가 출연 할까 말까 했었잖아요. 정말 끙끙 앓아가며 고민했는데 결과적으로 출연하길 참 잘한 거죠. 제안을 받고는 혼자서 나흘 정도 지방에 내려가 방 하나 잡아 놓고 틀어박혀 지냈어요. '해품달' 대본을 가져갔는데 계속 읽어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죠. 그리고는 결심했던 거 같아요. 해보자고."
출연을 결정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서 짧지만 굵게 고민을 끝냈다. 아역 촬영이 시작된 상황에서 양명 역을 위해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왕 하기로 결정한 것, 역할 분석과 연기 연습에 치열하게 매달렸다. 그렇게 완성된 '정일우의 양명'이다.
그 결과 연출자인 김도훈 PD로부터 극찬을 들었다. 김 PD는 마지막 촬영을 끝낸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정일우의 성장을 본 뿌듯함을 전했다.
"아, 그 트위터글 봤어요. 너무 감사하죠. 사실 김도훈 감독님 하고는 너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원래 디렉션(Direction)이 자세한 감독님을 좋아해요. 촬영할 신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고 가는 거랑 감독님이 생각하고 계신 거랑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많이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잘 마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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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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