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염이나 치통’, 투구 밸런스와 직결된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23 10: 42

지난 20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3-1로 앞서던 두산은 두 번째 투수로 나선 사이드암 고창성(28)의 난조로 인해 4-7 역전패를 당했다. 고창성은 ⅓이닝 동안 2피안타(볼넷 3개) 3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그에 대해 김진욱 감독은 “고창성이 시범경기 막판 귀에 생긴 염증 때문에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라며 고창성의 몸 상태가 제 컨디션이 아니었음을 감쌌다. 과연 공을 던지는 팔 부위나 투구축이 되는 하체가 아닌 곳에 생긴 중이염이 투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 중이염은 단순히 귓속에 염증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균형 감각 등을 관리하는 기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나 고창성이 오버스로 투수가 아닌 사이드스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큰 영향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사이드스로 투수에 대해 “모든 투수에게나 중요하지만 투구 밸런스와 릴리스포인트가 특히나 중요한 선수들이 잠수함 투수들”이라며 “손이 나오는 위치와 허리가 도는 위치, 각도 등 균형감각에 따라서 제구력의 안정과 불안정이 결정될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중이염으로 인해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고창성의 고역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투수와 관련된 일은 아니지만 실제로 2010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휘문고-덕수고 결승서 덕수고 3루수 길민세(넥센)는 연장에서 불규칙 바운드 타구에 얼굴을 강타당해 귀에서 피를 흘리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선수 본인은 출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나 결국 제 포지션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쓰러진 뒤 응급치료 후 덕아웃으로 향했다. 귀 부위 부상으로 인해 균형감각을 일시적으로 상실했던 케이스다.
중이염만이 야구 선수의 플레이에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다. 2008 베이징 올림픽과 아시아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일본 킬러로 떠오르던 김광현(24. SK)도 치통으로 인해 굉장히 고전했던 전력이 있다. 지난 2009년 3월 7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아시아 1차 예선 일본전서 김광현은 1⅓이닝 동안 7피안타 3삼진 2볼넷 8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당시 김광현은 하와이 전지훈련서부터 어금니 통증으로 고역을 치렀다. 치료가 필요했으나 도핑 테스트 검출 위험으로 인해 간단한 약으로 통증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던 바 있다. 그러나 김광현은 결국 치통으로 인해 제 투구 밸런스를 보여주지 못하며 일본 타자들에게 공략당했다. 다행히 치통이 호전된 2라운드 본선부터는 계투로 출장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던 김광현이다.
많은 투수 부문 지도자들은 “팔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잘 이용하는 투수가 공을 제대로 던진다”라는 이야기를 잊지 않는다. 제 구위를 보여주기 위해 투구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항상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밸런스는 팔다리 만이 아닌 다른 부위 통증으로도 손쉽게 무너질 수 있다. 고창성의 중이염과 김광현의 치통이 이를 증명하는 예다.
farinelli@osen.co.kr
고창성-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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