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키치-심광호 배터리, LG 중심에 자리한 운명의 콤비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5.19 07: 51

“우리 팀에 포수가 없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내겐 심광호가 최고의 포수다”.
시즌 전 LG 좌완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30)는 ‘LG에 포수가 없다’는 예상에 반색을 표했다. 이미 지난 시즌 베테랑 포수 심광호(35)와 호흡을 맞추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기 때문에 주키치는 심광호 보다 자신과 잘 맞는 포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심광호 역시 주키치가 팀의 승리를 이끌도록 리드하는 데 자신이 있다.
주키치와 심광호의 인연은 주키치의 LG 입단 이전부터 시작됐다. LG는 2010시즌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캠프에서 2011시즌에 대비한 외국인 선수 선정 작업에 임했고 당시 주키치는 영입 후보 중 한 명으로 입단 테스트에 받았다.

사실 주키치의 첫 번째 평가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크로스스탠스의 특이한 투구폼과 함께 까다로운 각도에서 릴리스포인트가 형성됐지만 제구력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해 한국 무대 성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불펜 포수가 아닌 심광호가 주키치의 공을 받게 됐고 그 때부터 주키치는 정교한 제구력을 뽐내며 안정감을 찾았다.
심광호는 “이상하게 내가 홈플레이트 앞에 앉으니 들락날락했던 주키치의 제구력이 잡혔었다. 직접 공을 받아보니 컷패스트볼의 위력은 물론 체인지업도 상당한 수준이라 성공 가능성이 높아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주키치는 심광호와 함께 한 불펜 투구를 통해 LG와 계약을 맺었고 이후 주키치-심광호 배터리는 승승장구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2011시즌을 앞둔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돈독해졌다. 오키나와에서 주키치는 팀 내 전지훈련 MVP로 선정, 받은 상금의 반을 심광호에게 전달하며 “덕분에 내가 이 팀에 입단했고 전지훈련에서도 잘 할 수 있었다”라고 심광호를 향해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2011시즌 주키치는 LG의 에이스는 물론, 리그 최고의 좌완투수가 됐다.
주키치-심광호 배터리는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 시즌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주키치는 주무기 컷패스트볼 제구력 향상에 성공, 우타자 몸쪽 뿐이 아닌 좌타자 몸쪽으로도 컷패스트볼을 구사 중이다. 지난 시즌 주키치는 우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2할3푼1리를 기록한 반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3할2리로 부진했지만 올 시즌은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3푼7리,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1푼5리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상대 타선을 압도한다. 
심광호는 올 시즌 주키치의 발전에 대해 “올해 전지훈련 동안 주키치가 작년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며 여러 가지를 물어봤었다. 꾸준히 주키치와 대화했고 좌타자 몸쪽을 공략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며 “올 시즌 좌타자 몸쪽 공략에 능해진 것은 물론, 슬라이더와 커브의 위력도 더 좋아졌다. 아무래도 한 시즌을 함께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제는 경기 중간 흔들릴 때 내가 올라오면 알아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다. 매번 습득이 정말 빠른 선수란 걸 느낀다”고 밝혔다.
현재 주키치의 올 시즌 활약은 가히 독보적이다. 주키치는 다승(5승·1위)·평균자책점 (2.13·2위), 이닝소화 (55이닝·1위), 퀄리티스타트(7회·1위)를 기록하며 LG의 1선발 에이스로서 마운드를 지배 중이다. 시즌 전 LG는 리그 최악의 선발진과 포수진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주키치-심광호 배터리가 팀의 중심을 잡으면서 LG의 올 시즌 반전은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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