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유아인 "영걸, 어떤 인물보다 공감 갔죠"[인터뷰]
OSEN 장창환 기자
발행 2012.06.02 14: 33

솔직하고, 대범했다. 거침없는 모습 안에 천진난만한 모습도 공존해 전혀 밉지 않았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극 ‘패션왕’의 주인공 유아인을 마주했을 때 드는 생각이었다.
‘패션왕’에서 유아인은 성공을 위해서 발버둥치는 강영걸 역할로 시청자에게 강렬하고 인상적인 인상을 남겼다. 나이는 어리지만, 성장드라마 ‘반올림’에서부터 연기 경력을 다진 그는 데뷔 8년 차 배우다.
최근 서울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유아인을 만났다. 창밖 너머로 취재진을 보고 먼저 일어나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그리고 파격적인 결말로 화제가 됐던 ‘패션왕’에 대한 자신의 생각부터 차근차근 꺼냈다.

-'패션왕'에서 영걸은 결국 총에 맞아 죽는 비극을 맞이했다. 파격적인 엔딩에 만족하나.
▲ 이미 알고 찍어놓은 엔딩이라 큰 불만이 없었다. 엔딩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보다 찍어놓은 엔딩이 드라마의 마지막에 붙여진 거랑은 다르다. 엔딩까지의 과정이 만족스럽다고는 말 못 한다. 캐스팅 단계부터 이미 영걸이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떻게 죽는지는 몰랐다. 어찌 됐건 ‘열린 결말’이었다.
-대본에 대한 아쉬움이 들지 않았나.
▲ 엔딩이나 드라마에 대해 사실 비판과 비난도 많았다. 인터넷 반응도 좋지 못했다. 그래도 나름 재밌게 봤다는 사람도 많다. 드라마의 스토리나 짜임새 구성, 작품성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수용해야 한다. 우리 드라마가 가진 장점이 있다. 남자주인공이 보여주는 현실적인 모습에 시청자는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거기에 굽히지 않고 보여주자고 했다. 나도 100% 영걸의 모습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충분히 영걸을 연기해보자 생각했다.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고 싶었다. 그만큼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시청자를 놀라게 하고 싶었고, 당황스럽게 만들고 싶었다.
-영걸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본인은 공감 했는지.
▲ 많이 공감 간다. 대본을 봤는데 어떤 인물보다 공감이 많이 갔다. 더 멋있는 인물도 많고 영웅적인 인물도 있다. 그렇지만 찌질하고 멋있지도 않고, 원양어선을 타고 롤렉스를 외치는(웃음) 영걸이 나에게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작품에 대한 아쉬움은 있을 수 있겠지만, 영걸에 대해서는 내가 원한 바를 충분히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시청률은 달성 못 했다.(웃음) 연기하는 데 쉽지도 않았지만, 내가 한 발짝 나아가는 데 있어서 원동력이 됐다. '패션왕'도 그런 의미가 있다.
-'패션왕'은 젊은이들의 성공스토리보다는 얽히고설킨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있었다.
▲ 드라마는 결국 다 사랑하는 이야기다. 병원에서 사랑하는 이야기, 경찰서에서 사랑하는 이야기, 학교에서 사랑하는 이야기, 직업드라마도 다 사랑하는 이야기다. 그것에 대해 살짝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정통멜로드라마가 될 거라고 감독님이 말씀했었다. 그래도 영걸은 가장 일을 많이 한 캐릭터다.(웃음) 사랑보다는 일을 많이 했다. 성공과 돈에 집중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랑보다는 돈과 성공을 더 추구했다.
-영걸과 본인의 성격은 어느 정도 일치하는가.
▲ 일치하는 면이 있다. 모든 극 중 캐릭터는 다 실제 나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완득이(영화 완득이)도 나한테 출발했고, 문재신(드라마 성균관스캔들), 영걸이도 나에게서 출발했다.  영걸은 실제 내 모습보다 좀 더 가식 떨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모습을 가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를 극대화시키고 더 살을 붙였다.
-'패션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고 생각이 드는지.
▲ 평가하는 사람의 몫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성장이다. 내가 제일 추구하는 것 또한 성장이다.
-'패션왕'에서는 유독 술 먹는 장면, 싸우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 그런 걸 작가가 좋아하는 것 같다.(웃음) 현실에서 다 큰 남자들이 주먹질할 일은 거의 없다. 남자들이 찌질하고 유치해지는 모습을 담고 싶었나 보다.(웃음) 그런 의미가 있을 거다. 술 마시는데 고급 바에서 많이 먹더라. 사실 그런 게 딜레마였다. 내가 느끼는 강영걸은 현실적이고 살아있는 아이인데, 너무 비현실적인 세상 속에 들어가 있는 걸 느꼈다. 그게 캐릭터를 무너뜨렸다. 영걸이 안나(유리 분)와 함께 고깃집에서 소주를 마신 장면이 영걸의 현실에 가장 가깝다.
-만약 본인이 영걸이라면 가영과 안나 중에 누구를 택할 건가.
▲ 안나가 더 좋은 것 같다. 가영은 정말 보호해주고 싶은 스타일이지만, 안나에게는 내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웃음)
-배우 세 명(이제훈, 신세경, 유리)과 붙는 신이 많았다. 실제로도 많이 나왔는데 친해졌나.
▲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출 정도, 시간 나면 술 먹고 노는 정도로만 친해진 것 같다. 연락은 하지 않는다. 세경과 유리는 번호도 모른다.(웃음)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적으로 연락하고 지내진 않았다. 내가 다른 배우들과 잘 친해지지 못 한다. 약간 배우들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또 그 친구들도 나를 어렵게 생각할 수 있다.(웃음)
-유아인에게 데뷔작 ‘반올림’은 어떤 작품인가.
▲ 연기를 '반올림'으로 시작했다. 배우들과 일주일에 두세 번씩 모두 모여서 드라마에 관해 토론도 했었다. 몇몇 배우들은 아역시절을 지워야 하는 꼬리표처럼 생각하고, 이를 떼어내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반올림' 시절을 부정하고 싶지 않고, 그때 배웠던 좋은 점이 지금 내게 좋은 연기를 주는 원동력인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은 어떤 직업인 것 같나.
▲ 단순히 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쭐할 때도 물론 있고, 사람들이 날 쳐다봐서 좋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정반대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배우는 사랑받는 존재이기도, 욕을 먹는 존재이기도 하다. 요즘 몇몇 사람들은 비이성적으로 배우들을 욕한다고 한다. 그것 또한 이 시대의 배우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가시간에는 어떤 일을 자주 하나.
▲ 잠 많이 잔다. 술 마시러 다니고, 여행 다니고, 글도 좀 쓰는 편이다. 일기나 시를 쓰는 것처럼 글 쓰는 일 자체를 좋아한다.
-어떤 배우로 불리고 싶나.
▲ 항상 똑같다. '자연스러운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 연기 잘하는 배우 말고, 극 중 인물과 헷갈리는 배우, 그런 자연스러운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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