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출신 감독들...넘어야 할 산 무엇인가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2.11.06 07: 09

[OSEN=정유진 인턴기자]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이자 거장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유명한 감독 겸 배우이다. 웬만한 배우 출신 감독들의 이름이 아무래도 감독보다는 배우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면 이스트우드는 양 쪽 어느 하나에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운 인물이다. 배우로 시작해 성공을 거뒀지만, 감독으로서의 필모그래피도 그 못지 않은 화려한 족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이스트우드가 감독으로서 전무후무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가 연출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 '그랜토리노(2009)' 등 많은 작품이 평단의 평가 뿐 아니라 흥행에서도 '대박'을 터뜨리며 대중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충무로 배우들도 하나 둘 본업인 연기를 잠시 접어두고 감독에 도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어느 정도의 수익성 보장을 필요로 하는 장편영화에 도전한 젊은 배우들이 있다. '마이 라띠마'로 17회 부산 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부문에 진출한 유지태 감독, '복숭아나무'로 두번째 장편영화를 선보인 구혜선 감독, 11월 말 크랭크인에 들어가는 '인간과 태풍(가제)'의 하정우 감독이 그들이다.

이 세 감독이 영화에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배우라는 역할보다 좀 더 영화에 대해 큰 통제권을 가진 감독이라는 역할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다. 이미 배우로는 관객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독으로서 이들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무엇일까. 배우로서의 자기자신이다. 감독의 역할을 맡은 유명 배우를 넘어 작품 자체로 의미있는 숫자의 관객에게 인정받을 때 이들은 감독으로서 관객과의 진정한 소통을 이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유지태는 지난 9월 부산영화제를 통해 자신의 장편 데뷔작 '마이 라띠마'를 선보였다. '마이 라띠마'는 3억이라는 초저예산으로 만든 영화. 손익분기점 12만을 넘으면 일단 장편영화로서최소한의 의무는 다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국제 영화제에 초청된 것 자체가 작품성으로는 어느 정도의 수준을 인정받았음을 증거한다면, 관객과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을 지, 개봉예정작의 딱지를 뗀 후에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다.
지난달 31일에는 구혜선 감독의 '복숭아나무'가 개봉했다. 구 감독의 전작 '요술'은 흥행면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요술’은 제23회 도쿄국제영화제에 출품돼 ‘아시아 영화상’ 후보로 오를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적이있다. 현재 '복숭아나무'의 흥행성적은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상망에 따르면 5일 하루동안 13,980명의 관객을 동원 누적관객수 24,048명으로 박스오피스 9위를 차지했다. 구혜선 감독의 영화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자신만의 색깔은 강하지만, 흥행성은 부족하다는 평. 박스오피스 9위가 작은 규모의 영화로써 낮은 성적은 아니지만, 주연 조승우, 감독 구혜선의 이름값이라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듯 하다.
하정우는 코미디 영화를 준비했다. '인간과 태풍'은 비행기를 타고 가다 태풍을 맞은 비행기가 추락할 위기에 처한 순간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그린 아직 영화다. 다재다능한 하정우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는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없으나 유지태-구혜선 감독
과는 다른, 코미디라는 장르를 택했다는 점에서 대중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 
이들 세 감독은 과거부터 영화 연출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단편 영화 등을 찍으며 진정성을 인정받아온 감독들이다. 세 명 모두 영화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는 시작이나 다름없기에 성공이나 실패를 단정지을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의 영화가 유명인의 이름을 내세운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세계가 담긴 작품성 뿐 아니라 대중과의 소통의 면에서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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