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챔프 압도한 NC 손정욱, "목표는 박희수 선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1.06 10: 11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피칭. 오른손 거포들이 많은 대만 우승팀 라미고 몽키스가 NC의 등번호 136번을 단 낯선 좌완 투수에 속절없이 당했다.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지명된 경희대 출신의 신인 좌완 손정욱(22)이었다. 실질적인 데뷔 무대에서 그는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손정욱은 지난 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라미고 몽키스와의 평가전에서 4회 1사 2·3루의 위기 상황에서 구원등판, 2⅔이닝을 탈삼진 2개 포함 무실점 퍼펙트로 틀어막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비록 NC는 라미고에 2-3으로 석패했지만, 손정욱의 과감한 피칭은 창원팬들의 환호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0-3으로 뒤진 4회 1사 2·3루 위기에서 긴급 등판한 손정욱은 피치아웃을 통해 스퀴즈 번트를 시도한 라미고의 3루 주자 천진펑을 잡아내며 흐름을 끊었다. 이어 내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발탁된 1번타자 찬즈야오를 2루 땅볼로 잡고 급한 불을 껐다. 이어 5~6회에도 연속 삼자범퇴로 가볍게 막았다. 린즈셩·천진펑 등 대만의 내로라하는 강타자들이 손정욱의 변화구에 루킹·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평가전이지만 창원팬들이 보는 앞에서 처음 마운드에 오른 손정욱은 "처음에는 긴장됐지만 늘 하던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던졌다. 관중들이 응원해주니 힘이 나더라. 오히려 떨리지 않고 자신감이 생기더라"며 "대만 타자들이 방망이를 자신있게 돌리길래 오히려 과감히 승부했다. 직구 볼끝이 좋았고, 체인지업도 잘 떨어졌다"고 스스로 이날 피칭을 평가했다.
김경문 감독도 손정욱에 대해 "다른 것보다 마운드에서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다. 결과도 좋지 않은가"라며 "좌완 투수가 필요한데 싸움닭 기질이 있다는 게 마음에 든다. 감독으로서 기분 좋은 피칭이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손정욱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 정도 피칭이면 어느 1군팀에서도 중간 투수로 뛸 수 있다"고 호평했다.
182cm 84kg 손정욱은 올해 대학리그 16경기에서 8승3패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했다. 86⅔이닝 탈삼진 84개로 위력적이었다. KIA에 1라운드 지명된 단국대 출신 손동욱과 함께 대학 무대 최고의 좌완으로 군림했다. 덕수고 시절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그는 경희대 진학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도 받았지만 이제는 몸 상태가 좋다. 직구 최고 143km. 까다로운 투구폼에 공격적인 피칭으로 내년 시즌 즉시 전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손정욱은 "마운드 위에 올라가면 건방지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자신있게 던지는 게 나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변화구 컨트롤과 퀵모션이 느린 것을 보완해야 한다"며 "SK 박희수 선배처럼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지는 경기라도 1군 마운드에 많이 오르는 게 목표"라는 말로 신인으로 데뷔할 내년 시즌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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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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