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호, 중앙수비 '합격'...좌우풀백 '글쎄'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11.15 07: 20

최강희호의 실험이 절반의 성공으로 끝나며 기대와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1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이동국이 선제골을 터트렸지만 연달아 2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승패를 떠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경기였다. 당초 최 감독은 호주전을 앞두고 "정예 라인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원을 발굴하는 것이 평가전의 목표다. 최종예선뿐만 아니라 월드컵 본선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옵션을 찾아야 한다"며 "수비진에 새롭게 선발된 젊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A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골머리를 앓았던 중앙과 좌우측 수비를 두고 대대적인 실험 무대를 열었다. 18명의 선수들 가운데 골키퍼 정성룡(수원)을 제외하고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밟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해 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험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주장' 곽태휘(울산)가 빠진 중앙 수비는 김기희(알 사일리아)가 훌륭히 메웠고, 황석호(히로시마 산프레체)도 무난한 경기력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김기희는 자신의 A매치 데뷔 무대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가진 기량을 뽐냈다. 차세대 중앙 수비수 정인환(인천)과 함께 중앙 수비 라인을 형성해 제공권, 위치 선정, 커버 플레이 등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황석호도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정인환과 바통을 터치한 뒤 김기희와 짝을 이뤄 별 탈 없이 중앙 수비의 임무를 소화했다.
비록 둘 모두 수비진의 한 축으로서 2실점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점 상황을 복기해 측면 수비수의 대인마크 부재와 문전 혼전 상황 속에서 허용한 것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좋은 활약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최 감독도 중앙 수비진에 대해서는 만족을 표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기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경기를 펼쳤다. 김기희와 황석호는 예전부터 눈여겨 봤었는데 앞으로도 A대표팀서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기에 앞서 올림픽 동메달의 영웅 김기희-황석호 중앙 수비 라인에 적잖은 기대를 모았던 최 감독이다. 그리고 이들은 수장의 기대에 보답하며 남은 최종예선 4경기와 본선 무대에서 중용될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분명 과제도 남겼다. 무주공산인 좌우풀백의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 10월 이란전에 나섰던 윤석영(전남)과 오범석(수원)이 명단에서 제외된 가운데 김영권(광저우), 최재수(수원)가 왼쪽에서 신광훈(포항), 김창수(부산)가 오른쪽에서 나란히 시험 무대에 올랐다.
 
합격점을 받은 건 최재수 단 한 명이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그라운드를 밟아 공수에서 안정된 기량을 선보였다. 최 감독도 "최재수가 A매치 데뷔전을 치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김기희와 함께 가장 후한 평가를 내렸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우측면의 김창수는 부상 여파를 이겨내지 못했다. 지난 런던올림픽 영국과 8강전서 오른팔에 부상을 입으며 재활에 매진했던 김창수는 경기력 저하로 자신의 기량을 오롯이 발휘하지 못했다. 최 감독도 "긴 부상 이후 오랜만에 합류를 했는데 아무래도 몸이 덜 올라온 것 같았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멀티 플레이어 김영권과 신광훈도 최 감독의 눈을 사로잡지 못했다. 신광훈은 패스 미스로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고, 김영권도 위치 선정 실패로 상대 공격수를 놓치며 선제골을 내주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최 감독은 "신광훈은 좋은 활약을 했지만 측면에서 거리조절과 마지막 패스미스로 역습을 허용하며 실점을 내줬다"며 "김영권도 가장 좋지 않았던 첫 번째 실점 장면에서 선수를 놓쳤다"고 혹평했다.
기대에 걸맞게 잘한 선수도 있었고, 이에 미치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최강희호는 이듬해 2월 한 차례의 평가전을 더 치른 후 3월 26일 카타르와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른다는 것이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로 최적의 조합을 찾아 남은 최종예선 경기를 잘 치를 것이다. 카타르전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 최 감독의 머릿 속이 꽤나 복잡할 듯하다.
dolyng@osen.co.kr
김기희(위)-역전 패를 당한 최강희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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