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인키 LAD행…류현진, 목소리 낼 것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2.09 12: 31

협상 교섭권을 쥔 팀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어졌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최대어 투수를 손에 넣은 데다 보다 검증된 카드를 FA나 트레이드로 영입할 수 있다는 태도를 내고 있다. 6년 전 지지부진한 협상으로 인해 선수가 계약 합의를 요구했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처럼 류현진(25)도 “가고 싶다”라는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MLB닷컴을 비롯해 미국 주요 언론들은 9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와 그레인키의 계약 합의를 일제히 보도했다. 스토브리그 큰 손으로 기대를 모은 다저스는 FA 투수 최대어 그레인키 영입을 목표로 윈터미팅을 맞이했으나 실패했다. 사실상 그레인키 영입전에서 발을 빼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날 6년간 총액 1억4700만 달러에 전격 계약 합의했다.
문제는 다저스가 바로 한 달여 전 류현진의 포스팅 시스템 입찰 때 단독 교섭권을 얻은 팀이라는 점.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 측은 그레인키가 다저스로 올 가능성을 크게 두지 않은 채 고자세를 취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6년 5000만 달러 이상, 3선발급 대우를 장담한 데 이어 다저스의 장기계약 안을 거부하고 단기 계약을 통해 내년이나 내후년 더 큰 대박을 노리려던 류현진과 보라스였으나 그레인키를 넣은 다저스 입장에서 류현진이 아쉬워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레인키의 영입으로 다저스는 기존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강력한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여기에 조쉬 베켓과 채드 빌링슬리가 3~4선발로 그들을 뒷받침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커쇼-그레인키-베켓이 확실한 1~3선발을 이루게 됨에 따라 류현진을 3선발로 홍보한 보라스의 전략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고정적인 4선발 외에도 크리스 카푸아노, 애런 하랑, 테드 릴리 등 5선발 자원들도 풍부한 다저스가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도가 검증되지 않은 류현진에 목맬 필요가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선수 본인의 의지다. 2006년 말 세이부를 떠나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던 마쓰자카도 보라스와 자신과의 교섭권을 지닌 보스턴과의 기싸움이 길어지자 협상 마감 기한 직전 “계약을 질질 끌지 않고 보스턴에 가겠다”라는 뜻을 표명해 빨간 양말을 신을 수 있었다. 결국 이 상황에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반드시 밟겠다”라는 뜻을 공식적으로 표명해야 빠른 시일 내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을 수 있을 전망이다.
냉정히 생각해야 한다. 류현진의 다저스 입단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일본 센트럴리그팀인 요미우리는 물론 퍼시픽리그 세이부도 “류현진에 관심이 있다”라는 뜻을 표명했다. 보라스 측은 류현진의 계약은 주선할 수 있으나 선수 생활까지 100% 책임질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 도전에 실패한 채 일본이나 국내 무대로 유턴한다면 선수 생활 동안 좋은 이미지를 갖췄던 류현진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지지부진한 계약 협상. 칼자루는 다저스에게 넘겨줬으나 진짜 선택권은 바로 류현진의 ‘뛰고 싶다’라는 의지에 달렸다. 10일 오전 7시 데드라인까지 시간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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