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사인후 첫 마디, "아빠 나 계약했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12.10 08: 20

1974년 홍수환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세계권투협회(WBA) 챔피언 아놀드 테일러와 밴텁급 타이틀전을 가졌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홍수환은 적지에서 다운 4번을 빼앗으며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고, 전국에 라디오로 생중계된 어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고 외쳤다. 그 유명한 유행어의 탄생 배경이다.
그로부터 거의 40년 가까이 지난 2012년, 이번에는 미국에서 또 하나의 낭보가 전해졌다. 그 주인공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미국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사례를 만들어 낸 류현진(25,LA 다저스)이다.
지루한 연봉협상 줄다리기를 거듭한 끝에 류현진과 LA 다저스는 6년간 연봉 총액 3600만 달러 조건에 합의했다. 기본 계약기간은 5년이며 마지막해 계약은 류현진이 옵트아웃 권리를 가진다. 이는 류현진이 잔여 연봉을 포기하고 FA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아울러 인센티브로 투구이닝에 따라 연봉 조건이 최대 4200만 달러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류현진과 계약하게 됨에 따라 다저스의 최고 입찰액 2573만7737달러33센트도 그의 원소속팀 한화의 금고로 향하게 됐다.

류현진이 포스팅 시장에 나가 다저스의 선택을 받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진출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연봉협상에서 난항이 계속됐다. 연봉협상 대리인 자격으로 테이블에 앉은 에이전트 보라스는 계약기간을 줄이는데 총력을 다했고, 구단은 반대로 장기간 류현진을 붙잡아두고자 했다.
쉽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보라스는 "류현진이 일본으로 갈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고, 구단 측에서도 "계약이 힘들 것 같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류현진의 계약은 난항을 겪으면서 자칫 잘못하면 메이저리그 진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류현진과 다저스의 계약 마감시한은 10일 오전 7시(한국시간). 마감시한에 임박해서도 류현진의 계약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결국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류현진의 계약 소식이 극적으로 전해졌고, 그렇게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또 다시 탄생했다.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을 건 당사자인 류현진이다. 류현진의 아버지인 류재천씨는 계약이 성사된 10일 오전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진이와 통화를 했는데 계약 성사를 전했다"면서 "첫 마디가 '아빠, 나 계약했어'였다"고 전했다. 마치 홍수환이 지구 반대편에서 어머니에게 '챔피언 먹었다'고 외친 걸 떠올리게 한다.
미국 진출 선언부터 포스팅 입찰, 그리고 연봉 협상까지 류현진은 한 달동안 숨가쁘게 달려왔고 결국 다저스 입단에 성공했다. 순식간에 돈방석에 앉게 됐지만 금액보다는 꿈꾸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뤘다는 사실에 환호한 류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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