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뭐길래! 7이닝 야구론 파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2.21 13: 01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올림픽에서는 이 말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올림픽 재입성을 노리고 있는 야구가 ‘7이닝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는 20일 “야구가 올림픽에서 7이닝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점이 있다.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위해 다방면으로 뛰고 있는 국제 야구계가 꺼내든 회심의 카드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야구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채택 받지 못했다. 이에 국제 야구계는 야구와 소프트볼을 통합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을 발족하며 2020년 올림픽 재입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야구·소프트볼은 가라테, 우슈, 롤러스포츠, 스포츠클라이밍, 스쿼시, 웨이크보드와 경쟁하고 있다. 내년 5월 열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 9월 열릴 총회를 거쳐 단 1개 종목 만이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야구가 7이닝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IOC의 입맛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IOC는 지금껏 야구라는 종목의 경기 시간이 너무 길다며 난색을 표해왔다. 3시간가량 이어지는 야구경기가 올림픽 TV 중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여러 종목과 함께 펼쳐지는 올림픽임을 고려하면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시종일관 붙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는 자연히 광고 수익의 저하로 이어진다. 광고를 유치하기 가장 쉽다는 야구지만 올림픽에서는 예외였던 것이다.
이에 야구계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승부치기 제도를 도입하는 등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애써왔다. 급기야 이번에는 7이닝 경기도 수용하겠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국제 야구계는 “7이닝제를 통해 경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라는 논리를 앞세워 집행위원들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미디어 노출을 최대화하겠다는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다만 7이닝 야구는 현장과 팬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평가된다. 축구로 치면 후반 20분에 경기가 끝나는 셈인데 드라마적 요소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과는 다른 경기운영방식이 불가피하다. 선발 투수 하나가 경기를 끝낼 수도 있고 불펜 투수들을 대거 투입하는 총력전이 매 경기 벌어질 수도 있다. 만약 야구가 7이닝 카드를 앞세워 올림픽에 재진입한다고 가정하면 오히려 야구계 내부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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