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과 김동주, 누적과 비율 사이의 딜레마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1.10 06: 30

이승엽(37,삼성 라이온즈). 자타공인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좌타자다. 20대에 홈런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했고 8년 만에 돌아온 2012년 여전히 녹슬지 않은 방망이를 뽐내며 가볍게 3할-20홈런을 기록, 팀의 2년 연속 우승에 일조했다.
긴 시간을 한국에서 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산 홈런은 345개로 양준혁(351개)의 1위 기록에 거의 근접했고 타점 역시 통산 1033점으로 전체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지만 이승엽이 만약 일본에 가지 않고 8년 더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었더라면 타격에 관한 누적기록 대부분은 이승엽이 타이틀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승엽이 최고의 좌타자라면 최고의 우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김동주(37,두산 베어스)를 꼽을 수 있다. 프로통산 홈런 8위(272개), 안타 10위(1689개), 타점 3위(1088점)를 기록 중인 김동주는 이승엽과 같이 독보적으로 치고 나가는 성적은 없지만 비율은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 통산 타율 3할9리로 5000타석 이상 기록한 우타자 가운데 단연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통산 장타율 5할1푼7리로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2년 명암이 엇갈렸던 두 명의 타자이지만 올해도 받는 기대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이도 아닌 '이승엽, 김동주'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량으로만 따져도 소속팀에서 여전히 중심타선을 떠받칠 선수인 둘은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팬들이 이승엽과 김동주에 더욱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이승엽과 김동주가 가능하면 오랜 시간동안 그라운드에서 활약하기를 바랄 것이다. 두 선수가 타석에 한 번 더 들어설수록 한국 프로야구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역대 홈런 1위 기록에 불과 6개 차로 추격한 이승엽은 이변이 없다면 올해 기록경신이 예상된다. 그 다음부터 나오는 이승엽의 홈런은 모두 역사가 된다. 통산 잠실구장 130홈런 611타점으로 이 부문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김동주 역시 마찬가지다.
오래 선수생활을 할수록 개인 누적기록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승엽이나 김동주와 같은 레전드급 타자들이 하나씩 쌓아 올리는 누적기록은 프로야구 전체를 보더라도 귀중한 기록이다. 그렇지만 야구 기록은 누적 외에 비율도 그만큼 중요하다. 타율, 장타율, 출루율 등이 대표적인 비율기록이다.
역사상 뛰어난 타자들은 통산 3할 타율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현재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가운데 통산 타율이 3할을 넘는 건 단 12명뿐이다.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던 이정훈(현 한화 2군 감독)은 통산 타율 2할9푼9리로 선수생활을 끝마쳤으며 이종범(현 한화 코치)도 통산 타율 2할9푼7리에 그쳤다.
현역선수 가운데는 한 때 '3할의 대명사'로 불렸던 장성호(롯데)가 통산 3할 타율과 싸우고 있다. 장성호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9년 연속 타율 3할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점점 타율이 떨어지면서 결국 2011년 통산 타율 3할이 깨지고 말았다. 현재 장성호의 통산 타율은 2할9푼7리, 이미 누적타수가 많이 쌓인 베테랑 타자인 그가 통산 3할에 복귀하려면 올 시즌 타율 3할4푼 정도가 필요하다.
그만큼 선수에게는 비율기록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비율기록은 필연적으로 선수생활을 오래 지속할수록 점차 떨어지기 마련이다. 구대성도 40살이던 2008년까지는 통산 평균자책점 2.65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2년 더 현역생활을 하면서 결국 통산 평균자책점 2.85로 유니폼을 벗었다.
이승엽과 김동주 모두 통산 타율이 3할을 넘기고 있다. 한국 복귀 전 통산 타율 3할5리였던 이승엽은 지난해 타율 3할7리를 기록하며 오히려 통산 타율이 3할6리로 올랐다. 반면 김동주는 3년 연속 타율 3할에 실패하며 통산 타율도 3할9리까지 떨어졌다.
이승엽이 갖고 있는 비율기록 가운데 압도적인 건 장타율이다. 이승엽의 프로 통산 장타율은 6할2리로 3000타석 이상 기록한 선수 가운데 단연 1위이며 유일한 6할대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타자다. 2위 심정수(.533)와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 통산 타율은 올린 이승엽이지만 장타율은 조금 내려갔다. 올 시즌 이승엽의 장타율은 5할2리로 전체 6위에 올라 결코 나쁘지 않았지만 통산 성적과 비교하면 1할이나 낮은 수치였다.
이처럼 누적기록과 비율기록은 '현재 진행형 레전드 선수'들에게는 딜레마와도 같다. 은퇴 직전까지 전성기 기량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건 불가능하다. 누적기록이 쌓일수록 비율은 떨어지는 게 선수들에게는 숙명이다. 이승엽과 김동주, 한국을 대표하는 좌-우타자가 올 시즌 통산 비율기록을 지켜낼 수 있을지 여부도 큰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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