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조효진PD "재석은 천재, 광수는 양념"[와이드 인터뷰①]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1.27 08: 55

'런닝맨'과 '1박2일'의 시청률 경쟁이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동시간대 방송 중인 두 프로그램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시즌2로 개편되긴 했지만 '1박2일'은 강호동 시절을 지나 현재까지 6년째 장수하며 국민예능 애칭을 달았다. '런닝맨'은 3년도 넘게 늦게 태어난 동생이지만 야금야금 안방극장을 잠식했고 지난해부터는 '1박2일'의 아성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얻어냈다.
SBS '일요일이 좋다'의 간판 코너 '런닝맨'이 달려온 지난 2년 반은 어땠을까. 숨이 벅찰 때도, 무릎이 쑤실 때도, 비를 피해야 할 적도 있었을 테다. 그래도 달리고 달려 일요일 안방극장 20%의 시청률을 책임지는 인기 프로그램이 되기까지, 거기엔 유재석이라는 국민MC를 꿋꿋이 달리게 만든 조효진 PD의 채찍질이 있었다. 달리다 지친 멤버들에게 물도 한 병 따주고 수건도 건네줘 가며 조 PD의 근 3년이 눈 깜짝할 새 흘렀다.
"선수들끼리 쪽팔리지 말자는 게 모토"라는 조 PD가 OSEN에 털어놓은 '런닝맨' 이야기.

# 시청률 1등? 쪽팔리지만 말기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많은 PD들은 시청률 그래프에 침이 넘어간다. 자신이 연출한 프로그램의 방송이 시작되면 실시간으로 분당 시청률 그래프를 확인하고 1분에 한번 씩 피가 마르는 느낌.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튿날 아침, 가장 먼저 평균 시청률을 확인하고, 경쟁 프로그램과 비교하고 어느 날은 쾌재를, 어느 날은 머리털을 쥐어뜯는 게 흔한 풍경이다. 물론 조 PD도 시청률에 발 동동 구르겠지. 아니라고?
-요즘, '1박2일'과 시청률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사실 시청률은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시청률 생각했으면 2년 반 전에 이미 포맷을 바꿔버렸어야 했다. 남들 다 본다는 분당 시청률 그래프도 안 본다. 작가들이 '시청률 나왔어요'라고 말하면 그제야 보거나 지인들이 '시청률 잘 나왔더라. 축하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아는 정도다.
-SBS 간판 예능을 오랫동안 맡고 있다. 부담감은 없나?
부담은 물론 있다. 쪽팔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욕심도 갖고 있다. 우리끼리 항상 '쪽팔리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특히 이쪽 일을 하는 선수들한테 쪽팔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조작 의혹도 있었고 개리가 하차를 선언한 적도 있고, 시청률이 저조한 적도 있다. 속상한 적 많았겠다.
신경 안 썼다. 사실 기사도 잘 안 보고 인터넷도 잘 안 한다. 상처를 잘 받는 스타일이라서 좀 피하는 편이다.(웃음)
중요한 기사 같은 건 작가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면 그때서야 본다. 기자들한테서 전화가 와서 내게 뭘 물으면 '아 그래요? 확인해보겠습니다'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막이나 연기가 아니라 진짜 내가 모르는 거다. 프로그램 제작 말고는 크게 신경 쓰는 게 없는 편이다. 시청률 역시 다른 PD들처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쪽팔리지 않는 것'이 내 관심사다.
 
# 이곳은 예능 정글, 메뚜기도 기린도 살지요
국민 메뚜기가 뛰고 배신 기린도 돌아다니는 이 곳, '런닝맨'은 정글이다. 일곱 캐릭터들이 몰려 싸우고 지고 배신하고 속고 넘어지고 웃는 난장판이다. 그래도 사나운 악어 떼는 없는 순한(?) 정글이다. 이제는 가족 같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팀워크가 최고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현재의 멤버로 큰 변화 없이 꽤 오래 끌고 왔다. 멤버 구성이나 전체 포맷에 한번 쯤 변화를 줄 생각은 없을까
포맷 변화라면 시즌제를 도입하는 걸 말하나. 3년 정도 됐지만 매주 아이템을 바꾸기 때문에 굳이 시즌제가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멤버들도 그렇다. 여전히 뽑아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지석진의 몸 개그 같은 건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터진 거다. 지금의 멤버들이 너무 좋고 게스트들도 자주 나오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대로) 별 무리가 없을 거라고 본다.
-송중기가 빠지고 나서 소위 얼굴 마담이 없어졌다. 대체 멤버를 들일 계획은 없나
(송)중기가 워낙 호감 이미지를 가진 멤버였지만 하차 당시에는 서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기분 좋게 헤어졌다. 또 중기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7명이라는 숫자가 좋은 것 같았다. 게스트가 두 명이 될 수도 있고 세 명이 될 수도 있는데 7명일 때가 여러모로  진행이 쉽더라. 때문에 굳이 멤버를 추가할 생각은 안했다.
-연출자로서 각각의 멤버들의 매력을 소개해 달라 
말할 필요도 없이 유재석은 팀을 이끌고 가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다. 그리고 항상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어떤 새로운 아이템을 짰다면 유재석은 '이거 이렇게 하는 거잖아'라면서 정확히 핵심을 짚는 멘트를 해 준다. 그가 이런 식으로 짚어 주는 것 때문에 시청자들의 이해가 쉬워진다. 정말 천재라고 느낄 정도로 제작진이 짜 놓은 그날 미션이나 테마의 대전제를 딱 짚어준다. 의도에 맞게 멤버들을 하나씩 건드리면서 게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김종국은 일단 없어서는 안 되는 힘의 상징이다. 이번 '환생 특집'에서 추성훈이 출연하는데 두 사람이 제대로 붙는다. 김종국은 멤버들이 달려갈 수 있게 하는 카운터 파트너(Counter partner)로서의 역할이 크다. 모든 프로그램이 잘 되려면 악역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김종국은 악역은 아니지만 멤버들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적' 개념이다. 그 와중에 빈틈도 있고 너무 강하지만은 않아서 더 매력 있다.
 
송지효는 남자들 사이에서 버티는 게 대견하다. 가녀린 여자인 척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요즘 트렌드에 잘 맞아떨어진 케이스다. 약한 척 하지도 않으면서 굉장히 빠르고 미션이나 상대를 향해 당당히 맞선다.
 
광수는 예능을 시작한지 2년밖에 안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습득이 정말 빠르다. 촬영할 때도 막내이기 때문에 귀여움을 많이 받는다. 평상시에도 형들에게 잘 한다. 광수를 예뻐하는 멤버들이 장난을 많이 걸고 그런 것들이 방송에 반영된다. 또 뭔가 다른 생각, 다른 행동을 순발력 있게 해낸다. 독특한 양념 같은 역할을 해주는 친구다. 전혀 예능 경험이 없었고 예능 하는 사람들이랑 접촉도 없었는데 굉장히 빠른 성장세를 보여준다. 참 잘 뽑았다.
개리는 원래 입담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걸 방송에서 온전히 나오게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작사하는 친구라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말하는 느낌이 다른 사람들이랑은 다르다. 음유시인 같은 느낌도 있다. 사실 생긴 건 그렇지 않은데 여자들한테 의외로 인기가 많더라(웃음). 외모만 봤을 땐 잘 모르겠지만 잘 뜯어보면 매력이 있다. 순박할 거 같은데 은근 바람둥이 멘트도 치고, 순수해보이기도 하고. 그게 실제 모습이다. 순박하고 다른 언어들을 구사하고 그런 모습을 보고 캐스팅했다.
지석진은 안 보이게 뒤에서 동생들을 잘 챙긴다. 항상 몸을 사리지 않으니까 나이가 많은데도 가끔 몸개그가 터져준다. 사실 몸이 말을 안 듣는데도(웃음). 맏형이 그러기 쉽지 않은데 참 고맙다.
하하는 뭘 맡겨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신뢰를 주는 친구다. 기본기가 탄탄하다. 제작진이 어떤 느낌으로 풀면 좋겠다고 의도하는 걸 스스로 알아서 잘 해준다. 유재석에게서 느낀 부분들을 가끔 하하에게서도 발견한다.
얼마 전에 박신양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도 본인 스스로 낮춰 들어가면서 상대방 마음을 풀어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한효주와 촬영했을 때도 게스트가 기분 좋게 즐기고 갈수 있게 해줘서 한효주도 고마웠다고 하더라. 하하 본인은 (이러한 배려나 센스들을) 유재석에게서 배웠다고 말한다. 잘 배운 거 같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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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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