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정 "문근영 언니 닮은 덕에 '청담동' 출연했어요" [인터뷰]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2.05 14: 30

이제 갓 이십대가 된 혜정은 운이 좋은 편이다. 지난해 걸그룹 AOA로 데뷔하고, 연기자가 돼 작품에 출연하는 등 스무 살이 되면서 계획했던 일 두 가지를 모두 이뤘기 때문이다.
지난달 종영된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 김진희, 연출 조수원)에서 문근영의 동생 세진 역으로 출연한 혜정은 첫 드라마에서 자기를 꼭 닮은 배역을 연기하며 본격적인 ‘연기돌’의 발을 내딛었다. 정용화, 이종현, 강민혁, 이홍기 등 소속사 FNC 엔터테인먼트 출신 아이돌 멤버들이 연기와 가수 활동을 겸업하며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가는 대열에 혜정 역시 합류한 것이다. 특히 혜정은 여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수차례 오디션 끝에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것과 달리 단 번에 배역을 거머쥐는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비결은 다름 아닌 주인공 문근영과 닮은꼴 외모 덕분이었다. 커다란 눈망울과 동글동글한 코모양이 그러고 보니 문근영과 꽤 닮았다.
◆ 어리광 피우느라 진땀

“오디션 볼 때 잘해야겠다는 마음에 생글생글 웃었는데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러다 2차 오디션을 봤는데 그때 세진이 역할을 분석하는 데 있어 멤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외동딸이기 때문에 동생의 마음을 잘 몰랐거든요. 그렇게 이해한 세진이의 모습을 보여드렸더니 감독님께서 제가 문근영 씨 닮은 것 같다고 작가님들께 물으시는 거예요. 그랬더니 작가님들께서 키가 너무 크다고 하셨는데, 감독님께서 ‘원래 동생이 더 커’라고 말씀하시면서 ‘청담동 앨리스’에 출연할 수 있었어요.”
혜정은 지난해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단역으로 잠시 출연한 것을 제외하고 본격적인 연기 신고식을 치른 건 ‘청담도 앨리스’가 처음이다. 
“배운 게 정말 많아요. ‘신사의 품격’에 나올 때는 잘 해야지 싶은 마음에 오히려 지나치게 긴장을 했어요. 그래서 아쉬움도 많았죠. 그런데 이번 ‘청담동 앨리스’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예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름대로 세진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감독님께서도 제가 준비한 세진이를 연기할 수 있도록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청담동 앨리스’가 첫 작품이나 다름없는 혜정에게 유용한 가르침을 준 건 극중 언니 역할을 맡은 배우 문근영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신이 많았던 혜정에게 또래이자 베테랑 연기자인 문근영은 친언니처럼 친절한 조언자가 되어 초짜 신인 혜정의 드라마 데뷔를 도왔다.
“문근영 선배님과 첫 촬영을 함께 했는데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첫 연기다 보니 카메라 동선을 잘 몰랐는데 선배님께서 이쪽으로 돌면 얼굴이 더 잘 보인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셨죠. 바스트 신을 촬영할 땐 제 시선이 고정될 수 있도록 계속 앉아서 상대해주시기도 했어요.”
극중 세진은 대학 졸업반의 나이로 남들에게 꿀리는 게 싫고, 좋은 건 좋다고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는 쿨한 캐릭터였다. 특히 세진은 언니가 부유한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사실에 적극 동조하고, 집안형편이 기울어 아파트를 팔아야 할 상황에 놓이자 전세살이는 면이 서지 않는다고 짜증을 표출하는 등 지나치게 솔직한 캐릭터로 극의 양념 역할을 했다.
“세진이는 감정변화가 확실하고 말 한 마디에도 상태가 급격하게 바뀌는 애였어요. 그러다 뭐 하나 사주면 또 돌변하고. 제 평소 모습하고는 다른 부분이 많아서 그런 세진이를 보는 게 신기했어요. 그러다 멤버들에게 물어보니 언니와 동생 사이엔 미묘하게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연기할 때 이 정도 어리광이면 되겠지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좀 더 생떼를 부리길 바라셨어요. 제가 준비한 것보다 더 철부지 캐릭터가 완성된 거죠.”
실제 모습과는 많이 다른 캐릭터였지만 드라마 자체는 공감 가는 부분이 더 많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극중 세경과 인찬(남궁민)이 헤어지는 대목이었어요. 너무 현실적인 이별신이라 아직 제가 나이가 어린데도 어렴풋이 그럴 법 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은 같은 소속사 배우인 배우 박광현의 도움을 받았다.
“선배님께서 제 역할에 대해 더 즐겁고 재밌게 하자고 격려해주시면서 제가 준비해 온 걸 꼼꼼히 봐주시곤 했어요. 그러다 보완할 점을 지적해서 ‘이렇게 해봐라’ 하고 제안해 주시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러브라인의 불발이다. 당초 극중엔 세진과 윤주(소이현)의 동생 호민(구원) 사이의 러브라인이 예정돼 있었지만 극 전개와 함께 이는 자취를 감췄다.
“원래 러브라인이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촬영하면서는 아예 세진이랑 호민이가 만남조차도 가지지 못했어요. 살짝 아쉽죠.”
◆ AOA 더 알렸으면
AOA로 활동을 시작한 혜정은 같은 그룹 멤버 설현과 비슷한 시기에 드라마에 출연하며 서로 주거니 받거니 도움을 받았다. 혜정이 ‘청담동 앨리스’에 출연할 때, 설현은 KBS 2TV 주말극 ‘내 딸 서영이’에 모습을 드러내며 서로에게 연습상대가 돼줬다.
“촬영시기가 비슷해서 서로한테 도움이 됐죠. 대본이 나오면 서로의 역할을 체크해주고, 상대역이 돼서 연습할 수 있어 좋았어요.”
걸그룹으로 데뷔했지만, 연습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연기 연습을 꾸준히 해 온 것 역시 혜정의 첫 드라마 데뷔를 도운 대목이다.
“연습생이 된 이후 가수를 준비했지만, 연기 수업도 병행했어요. 연기는 노래할 때 감정 잡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함께 한 거죠. 그런데 어느 하나가 더 좋다고 꼽을 수 없을 만큼 노래와 연기 모두 배울수록 재밌어요. ‘청담동 앨리스’를 하면서 대본이 나오면 역할을 분석하고 내가 세진이라고 믿으면서 촬영장 속 문근영, 정인기 선배님을 내 가족이라고 부르는 일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첫 발을 떼서 그런지 더 많은 연기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AOA 활동에 대한 애착 역시 강하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나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AOA로서도 아직은 저희 그룹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 만큼 열심히 뛰어서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 역시 많이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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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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