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다보다 김연아에 더 호의적인 이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3.16 06: 59

"일본 내에서 김연아에 대한 호감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아사다 마오보다 김연아 단독으로 나오는 방송이 시청률이 더 높을 정도다".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는 수십 명의 일본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이번 대회 취재를 위해 각국에서 몰려든 기자들 중 단연 압도적인 숫자다. 취재 기자만 20명 이상, 사진 기자와 방송까지 합치면 얼핏 봐도 3~40명에 달하는 일본 취재진이 이번 대회를 밀착취재하고 있는 것.
그럴 만도 하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남자 3명, 여자 3명을 내보냈다. 남자 싱글의 다카하시 다이스케(26)는 자타공인 일본 최고의 남자 선수고, 떠오르는 신성 하뉴 유즈루(19)는 종전 세계 신기록 보유자였다. 여기에 무라 다카히토(22)까지 세 명이 월드챔피언에 도전하고 있다.

여자는 더 기대가 높다.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본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아사다 마오(23), 그리고 베테랑 스즈키 아키코(27)와 기대주 무라카미 가나코(19)가 김연아의 아성에 도전한다. 무려 6명의 선수를 출전시키는 일본이 이번 대회에 수십 명의 취재진을 파견한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없이 높았던 일본의 기대는 현재진행형으로 무너지는 중이다. 남자 싱글은 패트릭 챈의 쇼트프로그램(SP) 세계신기록 수립으로 인해 사실상 챔피언의 자리를 노리기 어려워졌다. 기대를 모았던 하뉴는 SP서 자신의 장기인 점프에 실패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사실상 포디움 권외로 밀려났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또다시 김연아에게 도전장을 내민 아사다는 62.10점으로 6위에 머물렀다. 김연아와는 무려 7.87점차. 신예 무라카미가 분전해 3위에 올랐지만 내심 김연아를 넘어 우승을 바라봤던 일본의 입장에서는 아쉽기만 한 결과다.
이에 일본 취재진의 분위기는 푹 가라앉았다. 쇼트프로그램 경기가 끝난 후 한국 취재진의 분위기와 일본 취재진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몇몇 일본 기자들은 "한국 기자들은 바쁘게 일할 수 있어 좋겠다"며 부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3위, 6위, 7위라는 기대 밖의 성적에 할 일이 없어진 기자들의 씁쓸함이었다.
기자들의 이러한 씁쓸함은 약과였다. 일본 국내 반응은 더 뜨거웠다. 기대감이 큰 만큼 실망감도 컸기 때문이다. 실망감은 김연아가 아닌 아사다에게 향했다. 김연아가 앞 순서에서 경기를 치렀고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수로 자멸한 아사다에게 '유리심장'이라며 비난을 퍼부을 정도다.
오히려 김연아에 대한 평가는 더욱 좋아졌다. 이미 한일간의 관계를 넘어서 아사다에 비해 독보적 실력을 보여준 김연아에게 감탄을 아끼지 못한 것. 닛칸스포츠의 아베 겐고 기자는 "많은 일본인이 김연아를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며 피겨스케이팅에 있어 김연아의 존재감이 아사다에 비해 우위라고 인정했다. 일부 혐한들의 김연아 비하도 압도적인 실력차 앞에 점차 시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니혼TV 한다 유우 기자는 "일본 내에서 김연아에 대한 호감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아사다보다 김연아 단독으로 나오는 방송이 시청률이 더 높을 정도"라며 일본 내의 김연아 인기를 증언했다.
실제로 몇몇 극우계열 언론을 제외하고 일본 언론은 대부분 김연아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월간 후지는 "흥분한 마오, 여유로운 연아"라며 김연아 쪽이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와 은메달리스트의 명암이 갈렸다"며 김연아가 산뜻한 출발을 했다고 전했다. 닛칸스포츠 역시 "2년 만의 대회 출전이었던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69.97점으로 1위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높은 나라다. 1992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트리플 악셀 마스터' 이토 미도리의 영향으로 피겨스케이팅, 특히 여자 피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김연아 이전, 극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피겨스케이팅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자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아사다의 연기보다, 국적을 넘어 압도적인 피겨스케이팅 실력을 보여준 김연아 쪽에 더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연아의 라이벌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아사다의 현실이 일본의 시선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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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캐나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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