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최고타자 김태균, "더이상 4할 도전 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3.22 06: 34

"방망이 잘 돌리네". 
현역 시절 국가대표 4번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한 김응룡 한화 감독이 김태균(31)의 타격 훈련을 보더니 만족스러운듯 "방망이를 잘 돌린다. 아주 잘 돌아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태균은 목에 담이 오는 바람에 시범경기 3게임 연속 결장하다 21일 대전 삼성전에 복귀했고, 투런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4연패 탈출을 견인했다. 김태균이 한화의 라인업에 있느냐 없느냐 차이는 과장을 보태 하늘과 땅이었다. 
김태균은 의심의 여지없이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다. 정확성과 파워를 모두 겸비한 현역 최정상급이다. 그런데도 그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변화의 시기를 준비하고 있다.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 치는 노스트라이트 타법이 트레이드마크인 김태균은 최근 배팅 훈련은 물론 실전 경기에서도 조금씩 오른 다리를 들고 치고 있다. 지난해에도 시즌 중 체력이 떨어지면 종종 다리를 조금씩 들고쳤지만 지금 시점은 분명 이르다. 

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김태균은 "이제 나도 조금씩 나이를 먹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며 "노스트라이드는 스윙할 때 힘을 많이 써야 하는 타격폼이다. 체력과 힘이 떨어지면 제대로 치기 어렵다. 그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당장 큰 변화를 주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서서히 만드는 중이다. 힘을 조금 덜 들이더라도 타이밍에 맞춰 타구를 멀리 보내는 방법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를 내다보고 타격폼까지 수정하고 있는 김태균은 타율과 출루율 1위를 차지한 지난해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 그는 "작년에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김태균은 8월3일까지 4할 타율을 치며 1982년 원년 백인천 이후 첫 4할 타자로 기대를 모을 만큼 굉장한 타격감을 뽐냈지만 후반기 페이스 저하에 시달리며 타율 3할6푼3리로 시즌을 마쳤다. 
김태균은 "사실 내가 발만 빨랐다면 4할도 해볼 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발이 느리니까 한계가 있더라. 다른 선수라면 내야 안타가 될 것이 난 아웃되는 게 많았다. 심리적으로도 안타 개수에 신경 쓰다 보니 쫓기게 되더라. 비록 4할에 실패했지만 도전한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4할 도전은 내게 맞지 않다"며 웃은뒤 "이제는 장타를 많이 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때문에 올해는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짧은 스윙만 고집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작년에는 안타와 볼넷 같은 출루를 많이 생각하다보니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짧은 스윙이 나왔다. 하지만 중심 타자라면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걸리면 장타가 나와야 한다. 올해는 그렇게 할 것이다. 삼진수가 늘어나겠지만, 나 같은 덩치 있는 타자라면 확실한 스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균이 마음먹고 스윙하면 유력한 홈런왕 후보다. 이미 지난 2008년 홈런왕(31개)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타이틀 생각할 때가 아니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홈런왕을 하던 때만큼 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만족을 모르고 끝없이 진화하는 최고타자 김태균의 새로운 변화가 한화 타선을 어떻게 바꿔놓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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