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혁의 자기암시, ‘박진만도 1할 타자였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25 10: 26

신인은 누구나 중압감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플레이 하나하나에 고민한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NC라고 해서 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좋은 선수와 사라지는 선수를 가른다. NC 내야수 노진혁(24)은 전자를 쫓고 있다.
동성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올해 1군 데뷔를 가진 노진혁은 NC 내야의 핵심 중 하나로 성장했다. 24일까지 벌써 37경기에 나갔다. FA 영입과 트레이드를 통해 채워 넣은 NC 내야에서 노진혁만큼 많은 기회를 받은 젊은 선수는 없다. 그만큼 김경문 NC 감독의 믿음이 강하다. 비록 지금은 실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팀의 미래를 위해 전략적으로 키울 선수로 분류하고 있다.
그 믿음의 근거는 수비다. 노진혁은 프로 입단 후 수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마 시절 때도 수비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곤 했었던 노진혁이다. 신인이 프로에 와서 가장 고전하는 것이 수비라고 생각하면 노진혁은 큰 무기를 가진 셈이다. 그러나 노진혁은 한동안 고민했다. 수비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는 것 같은데 공격이 너무 안 됐기 때문이다.

노진혁은 24일 현재 타율 2할1푼9리를 기록 중이다. 시즌 개막 이후 줄곧 1할대에 헤맸다. 좋은 성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노진혁도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공격이 안 되면 수비라도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안 풀리는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그 때 찾은 롤모델이 박진만(37, SK)이었다.
대한민국 유격수 계보를 잇는 명수비수 박진만이지만 데뷔 초기에는 공격에서 고민할 때가 있었다. 박진만은 2년차였던 1997년 타율 1할8푼5리를 쳤다. 1998년에도 2할3리에 불과했다. 2002년에도 2할1푼9리를 기록하는 등 공격에는 다소간 기복이 있었다. 그러나 수비는 항상 정상급이었다. 박진만이 ‘국민 유격수’ 소리를 들으며 18년 동안이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노진혁도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노진혁은 “우스갯소리도 ‘박진만 선배도 신인급일 때는 1할대를 쳤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고 했다. 일종의 자기암시다. 노진혁은 “방망이가 안 되면 수비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고 하면서 “이제 광주구장만 적응하면 될 것 같다. (고교 시절) 매일 뛰었던 경기장인데 천연잔디로 바뀐 것에 적응해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김경문 감독도 노진혁의 수비에 대해서는 “많이 나아지고 있다”며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불안함이 있었던 노진혁의 수비는 경험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노진혁 자신은 “안 보이는 실책을 안타로 주시더라”라고 자세를 낮췄지만 벤치나 팬들이나 노진혁의 수비 안정감이 높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노진혁의 성장은 NC 내야의 안정감으로 직결된다.
신인급 선수들이 타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군 선수들의 변화구는 2군과 질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수비에서 안정을 찾는다면 출장 기회가 늘어날 수 있고 그러다보면 방망이도 서서히 적응하기 마련이다. 수비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까. 노진혁은 ‘자기주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뒤 2경기에서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율을 2할대로 끌어올렸다. 노진혁이 그렇게 조금씩 공룡알을 깨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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