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손예진&김남길, '사랑일까 불륜일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7.23 11: 39

[유진모의 테마토크] 과연 이 사랑은 올바른 마음가짐과 행동일까? KBS2 월화드라마 '상어'에서 조해우(손예진)가 한이수(김남길)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과 그녀의 사랑을 이용하는 한이수의 감정의 앙금은 도덕적으로 용서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감정을 감히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또한 그들의 관계를 알면서도 끝까지 조해우를 배려하는 남편 오준영(하석진)의 안타까운 상황을 사랑이라 규정지을 수 있을까?
'상어' 속 세 주인공을 둘러싼 사랑과 복수의 얽히고설킨 감정의 실타래는 복잡하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지만 그 어떤 정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더욱 애틋하고 절절하다.
한이수는 아버지를 살인교사한 조해우의 할아버지 조상국(이정길)에게 복수하기 위해 12년간 마음을 다지고 칼날을 갈았다. 그리고 현재 조상국의 숨통을 조여가며 목적을 서서히 이뤄가고 있으며 그 도구로 조상국이 아끼는 조해우를 이용한다.

지난 12년간 모든 사람들은 한이수가 죽었다고 믿었지만 조해우는 살아있다고 확신하며 그를 그리워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한이수의 친한 친구 오준영이 있었다.
원래 조해우의 마음 속에는 한이수가 있었다. 하지만 한이수는 부득이하게 조해우의 곁을 떠나야 했고 그를 잃은 슬픔에 잠긴 조해우의 곁에서 그녀를 위로해준 사람은 오준영이었다. 그리고 오준영은 조해우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해 결혼까지 했다.
하지만 오준영은 조해우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은 게 아니었다. 조해우는 몸은 오준영과 결혼했지만 마음 속에서 한이수를 완전하게 지운 게 아니었다. 수면 위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물밑에 가라앉은 한이수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진하게 무르익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 앞에 한이수가 나타났으니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해우는 이중인간으로 살아온 조상국의 정체를 비로소 깨달았고 그 위험한 한이수의 복수극에 스스로 들어가 한이수를 돕기로 했다.
여기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다름 아닌 오준영이었다. 맹목적으로 오매불망 조해우 바라기로 살아온 그는 정작 그녀를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 한이수가 그들의 삶 속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을 미처 몰랐고 이제 조해우가 한이수에게서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깊게 빠진 상황에서야 뒤늦게 한이수의 정체와 그가 조해우에게 접근한 목적을 알게 됐다.
조해우가 한이수의 집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한 후 괴로워 하던 오준영은 한이수를 만나 주먹을 날리며 그가 조해우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지만 한이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또 오준영은 조해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아이를 갖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한이수와의 관계를 고백하려는 조해우의 입을 막으며 그녀를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조해우에게 크게 화를 내고는 참담한 마음이 됐다.
한이수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서 조해우의 삶 속에 뛰어든 것부터 세 사람의 관계가 뒤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분란을 야기하게끔 결정적으로 흔들린 사람은 조해우다. 그녀는 엄연한 유부녀고 오준영은 세상에 둘도 없을 만큼 착하디 착한 남편이다.
오준영은 검사로서 일에 몰두해 야근을 밥먹듯 하는 아내를 위해 도시락을 싸주고 동료들의 야식까지 챙겨줄 정도로 자상한 남편이었다. 늦잠을 자는 아내를 위해 정성어린 아침밥을 준비하는가 하면 아내가 자신을 잘 챙겨주지도 않고 일에만 빠져살아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불편한 처가살이도 감수했다. 모두 아내를 사랑해서 그녀를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결국 그토록 애타게 기다려온 한이수가 나타나자 스스럼 없이 그에게로 마음을 기울였다. 남편의 존재는 생각도 하지 않고 한이수에게 빠져들었고 그를 돕기 위해 스스로 어둠 속으로 몸을 던지는 것조차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이수가 조해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을 때부터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훔치며 자신의 속마음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맺힌 복수심이 워낙 강한 그에게 사랑은 사치였다. 만약 그의 가치관에 조해우에 대한 사랑을 최우선으로 뒀다면 그녀가 자신의 복수극에 뛰어들어오는 것을 철저하게 막았을 것이고 더 나아가 그녀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녀의 가정을 송두리째 뒤집는 행동을 자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거리낌 없이 조해우가 자신의 복수극 안으로 들어오도록 방조했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사랑을 자신의 복수에 이용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치대로, 순리대로, 합리적으로 제어되는 게 아니라서 어렵다. 그토록 반듯하게 살아온 조해우가 유부녀의 신분으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는 것이 비도덕적이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더구나 그녀는 법을 수호하고 범법자를 단죄하는 검사라는 직업에 충실한 커리어우먼이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오매불망 사무치게 그리워한 첫사랑의 현신에 그녀의 모든 가치관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남편이 눈에 찰 리 없고 유부녀란 자신의 현실이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운 사랑을 향한 욕망이 최우선일 뿐이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간통죄라는 죄목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폐지에 대한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가운데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엄연하게 존재한다.
조해우의 사랑을 현존하는 간통죄라는 잣대를 적용해 범법으로 몰아갈 수만은 없다. 왜냐면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완벽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이 만든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완벽하다면 세상에 이혼하는 커플을 없을 것이다.
물론 한이수에 대한 마음의 정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은 채 오준영과 결혼한 것 부터가 조해우가 잘못한 일이다. 그녀가 오준영의 신부가 된 것은 오준영을 속인 것은 물론 자신의 양심마저 속인 것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이 복수극 속에서 피해자는 한이수다. 조상국에 의해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으며 그마저도 죽을 고비를 넘겼다. 어머니가 없는 가난한 결손가정에서 자라 아버지와 여동생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그가 아버지를 잃고 자신마저 죽을 뻔했다가 여동생과 헤어져 이국 땅에서 12년을 보내면서 가졌을 처절한 보복의 심리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에게 희망이 있을 리 없다. 그저 복수를 하는 것 하나 밖에 다른 감정이 파고들 틈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복수의 칼날을 휘두를수록 불쌍해지는 사람은 조해우고 더 불행해지는 사람은 오준영이다. 한이수가 품은 복수심 하나로 한 부부관계가 파탄나고 그 두 사람의 인생이 처절해진다. 그래서 조해우의 한이수를 향한 사랑이 마냥 불륜이나 부도덕이라고 몰아세울 수만은 없는 것이다.
더불어 오준영의 착한 사랑은 진심인 게 확실하지만 구조적으로 불완전한 것도 맞다. 결국 이 사랑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오준영이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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