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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단월중, 야구부 창단으로 ‘폐교 위기’ 극복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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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양평 단월, 홍윤표 기자]아름드리 느티나무 아래에서 이동식 간이 그물망을 세워놓고 몇 학생들이 타격 훈련에 한창이다. 뜨거운 볕은 피했지만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가면서. 여류 소설가 강신재의 소설 제목처럼 ‘젊은 느티나무’들이 미래를 향해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보룡길 83(보룡2리 395-13) 소재 단월중학교 야구부 학생들의 모습이다. 양평군에는 야구부를 운영하는 중학교가 단월면의 단월중과 개군면의 개군중, 두 군데가 있다.

단월면은 양평군 내 12개 읍면 가운데 인구가 3000명 남짓한 가장 작은 면소재지이다. 단월면에 위치한 단월중은 사립학교로  ‘미래지향의 알찬 교육, 실력 있는 학생, 자립하는 학생, 애국하는 학생’을 교육이념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다. 비록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150명에 지나지 않지만 체육 특성화 학교로 이름을 알려나가면서 그야말로 ‘자립, 자존, 자생’의 길을 걷고 있는 전통의 사립중학교이다.

단월중은 야구부를 비롯해 여자 축구부, 골프부, 스노보드부를 꾸리고 있는 학교로 체육 특화로 폐교 위기를 넘겼다. 단월중은 내실 있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4개부 50명의 선수들이 있는 단월중은 이미 정유림(중2)같은 선수가 세계적인 스노보드 선수로 이름을 떨쳤던 터였다. 정유림은 국제대회에서 수차례 입상경력을 지닌 유망주이다. 

단월중은 1965년 4월 단월농업기술학교로 개교, 1970년 단월중으로 인가받은 전통 있는 학교로 이제 개교 50주년, 반백년 세월을 앞두고 있다. 워낙 면내 인구가 적다보니 학생 수급에도 영향을 미쳐 폐교 위기(전교생 30명 이하)에 몰리기도 했으나 체육특화로 돌파구 찾아 활기를 띠고 있다. 2013년에 학급 증설 인가(6학급)를 받았고, 혁신학교로 지정 됐다.

단월중은 2012년에 집중적으로 팀을 만들어 3월에 여자축구부, 10월에 야구부를 출범시켰다.

박민재(57) 교장은 “한 때 폐교 위기에 몰렸지만 학교를 살리기 위해 체육 특성화로 돌파구를 찾았다.”면서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야구를 처음으로 시작하는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렸지만 양평군 내 야구부가 있는 고교가 없어 진학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보조로 꾸려가는 지방의 소규모 사립학교는 운영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존립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농촌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맞물려 일선 교육현장도 그만큼 힘들게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박민재 교장은 “인성교육이 최우선이다. 사람이 돼야 한다. 학생들에게 인사 잘 하기를 가르쳐 잘 못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첫 째도 인성, 둘째도 인성, 승부에 얽매이지 마라,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게 박민재 교장이 학생들에게 신신당부하는 말이다. 
 

현재 단월중 야구부는 1학년 16명, 2학년 13명 등 모두 29명이다.  박민재 교장은 “1학년 생 7명은 10등 이내 드는 학업도 우수한 학생”이라고 귀띔했다.

박민재 교장은 “여자 축구부는 창단 후 처음엔 1-10, 0-8로 졌지난 올해는 0-2로 져 실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단월중에서 만난 선수들은 반듯하고 실제로 인사성이 아주 밝았다.

주장인 유격수 이재현(15. 2년) 군에게 어머니의 이름을 묻자 또박또박 “이 (李) 종자, 순자”로 대답했다. 기초교육이 잘 돼 있다는 반증이다. 이재현군은 ‘왜 야구를 하느냐’는 물음에 “야구가 재미있고 프로선수가 돼서 어머니를 호강 시켜드리고 싶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3년 전에 교통사고로 부친을 여읜 이재현은 2남 1녀 중 막내이다. 여주 오학초등학교를 나온 그는 173cm, 60kg의 호리호리한 체구로 리틀 야구팀에서 야구를 시작, 이제 경력이 1년 반 밖에 안 됐지만 성실하고 영리한 선수이다. 

김억초(46) 감독은 “SK 정근우 선수처럼 발도 빠르고 야구 IQ도 높다.”고 칭찬했다. 이재현은 100m를 13초에 주파한다. 
 

이재현은 “선생님들이 재미있게 가르쳐 주신다. 실수하더라도 흥분하지 않고 차근차근히 해라고 말씀하신다.”며 “공기도 좋고, 공부가 머릿속에 잘 안 들어오지만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솔직하게 말해 미소 짓게 했다.
 
체육특기 선수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박민재 교장의 말대로 진학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양평군 내 공립고교가 팀을 만드는 것이지만 탐탁지 않아하는 실정이다. 지역 내에 고교 팀을 창단하는 것이 과제이다. 고교 팀 창단이 희망이자 해결책인데, ‘노력 중’이라고 한다.  이 부분은 대한야구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 가 공조, 팀 창단을 설득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기본 지원 방안은 이미 실시하고는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억초 감독은 외야수 출신으로 중앙중, 고, 인하대를 나와 상무를 거쳤다.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권명철, 장원진 등과 인하대 동기이다. 제대 후 서울 이수중, 경원중 코치를 거쳐 16년 지도자 경력을 지녔다. 

코치 두 명 가운데 조현선(28) 투수코치는 광주동성고, 연세대 출신으로 대학교 1학년 때 어깨 수술로 선수생활 접었던 아픔을 안고 있다. 송용호(27) 야수 코치는 충암고, 서울문화예술대를 나왔다.

두 코치 모두 술, 담배를 전혀 안 한다. 자신의 선수생활을 돌아보며 선수들에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성실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단월중 야구부원들은 한마디로 ‘야구가 배고픈 학생들’이다. 예전 초등학교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 좀 시켜달라”는 간청에도 지도자들은 번번이 “너희는 안 된다. 열 배 이상 잘 하는 선수들이 줄을 서 있다”며 매정하게 내쳤다. 야구를 해보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할 수 없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상처 받은 학생들’이지만, 그들에게도 꿈은 있다.

김억초 감독은 “교장 선생님이 매우 진취적이시다. 매일 출근하면 야구부 운영에 관해 의견 교환을 수시로 한다.”면서 “역시 선수 모으기가 제일 힘들다. 기존 팀은 선수를 안 내보내 운동 경력이 얼마 안 된 선수로 팀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에는 야구팀이 고교 6개, 중학 17개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호리병 모양의 구조여서 진학이 ‘좁은 문’이기 마련이다. 선수수급 자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감독이 발 품 팔아가며 서울학교에서 외면당한 선수들이나 경기도 시흥, 분당, 수원 등의 학교에서 선수들을 끌어 모아야한다. 그렇지만 이 학생들도 야구를 재미로만 할 수는 없다. 당장 진학이 절박해 진다. 

자체 조달에 밝은 빛이 들고 있기는 하다. 현재 양평군 내 광탄, 용문초등학교가 팀 창단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단월중은 하루 6교시, 정규수업을 다 받는다. 대회를 앞두고선 4교시 단축 수업을 한다. 

훈련은 양평 강상체육공원에서 월, 수, 금요일 사흘 동안 수업을 모두 마치고 오후 2시 30분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땅거미가 질 무렵에야 훈련 장비를 챙기는 식이다.  

당연하지만, 아직 대회 출전 경력이 짧고 경기도 안에서 벌어지는 대회에 나가 경험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성적보다 수원시장기, 경기도협회장기 등에 나가는 게 일차 목표이다. 
 

단월중은 학교 안에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제대로 갖추어 놓았다. 지난겨울에는 학교 왼편에 비닐하우스 실내 훈련장을 개관했다. 추운 겨울에도 바깥에서 떨지 않고 훈련할 수 있는 곳이다.  

이름 하여 ‘호연관(浩然館)’. 맹자의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본떠 그 기상을 기르는 곳이다. 150평 남짓한 크기의 시설 안에는 타격과 투구 훈련을 할 수 있는 그물망과 투수 마운드 설치, 웨이트트레이닝 장비도 골고루 갖추었다. 에어컨디셔너도 들여놓았다. 동문회가 시설비 일부를 지원해 힘을 실어줬다.  

양평은 축구가 성한 고장이다. 축구를 하기 위한 스포츠 환경은 잘 갖추어져 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축구장도 여러 곳에 있지만 야구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단월중은 야구를 개척해나가는 선구적인 노릇도 하고 있는 셈이다.

‘꿈을 혼자서 꾸면 꿈에 지나지 않지만 꿈을 함께 나누어 꾸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

단월중 야구부 카페(http://cafe.naver.com/dwbb) 머리에 실려 있는 글이다.

꿈을 실현하려는 어린 선수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단월중은 꿈을 가꾸고 키워나가려는 순둥이들의 미래를 다져가는 학교이다.  

chu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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