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너목들', 버릴 캐릭터 하나도 없었다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3.08.02 07: 03

보통 드라마에는, 영화보다 더 많이, 꼭 있을 필요 없는 것 같은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은 대부분 소리 없이 드라마 중간에 사라지곤 한다. 혹은 그들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방송 중 드라마의 내용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하차하기도 한다. 하지만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는 달랐다. 주연부터 조연, 단역까지도 필요 없는 캐릭터, 버릴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다.
수목극 왕좌를 수성하며 인기를 얻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지난 1일 밤 18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속물 국선전담변호사였던 장혜성(이보영 분)은 자신이 변호를 맡은 피의자를 위해 수화를 배울 정도로 일에 열정을 보였고, 박수하(이종석 분)도 우여곡절 끝에 경찰 제복을 입고 꿈을 이뤘다. 민준국(정웅인 분)은 차관우(윤상현 분)의 진심 어린 태도에 잘못을 뉘우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서도연(이다희 분)은 친아버지 황달중(김병옥 분)과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됐다. 결국 모든 인물들이 각자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촘촘하게 연결된 인물들의 관계를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풀어냈고, 그 과정에서 모든 캐릭터를 아주 알뜰하게 활용했다. 다른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극의 내용을 바꾸며 갑자기 인물들을 하차시키는 거나 버려두는 것과 달리 '너의 목소리가 들려' 속 인물들은 각자 사연을 가지고 완벽한 합을 이뤄냈다.

먼저 장혜성과 박수하, 그리고 차관우의 삼각관계는 신선함과 재미 두 가지를 동시에 잡았다. 극을 이끌어 가는 세 배우들은 얽히고설킨, 복잡하고 때로는 지저분할 정도로 싸워대는 다른 드라마의 삼각관계와는 달랐다. 사랑의 경쟁자지만 서로를 도왔고 이해했으며 보듬어줬다.
특히 실제로도 10살 차이가 나는 배우 이보영과 이종석의 궁합은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할 말 다하고 속물이지만 사랑스러운 변호사 장혜성은 이보영을 만나 더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태어났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소년 박수하 역시 이종석의 연기로 한층 더 애틋하고 아련한 인물로 그려졌다. 때로는 달달하고 가벼운, 또 무겁고 긴장감 넘치는 에피소드들을 잘 소화해줬다.
세 주연배우들뿐만 아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은 정웅인도 살인마 민준국을 섬뜩하리만치 무섭게 표현했다. 민준국은 당초 기획에서 드라마 중간에 하차할 캐릭터였지만 정웅인이 호연을 펼친 덕에 끝까지 살아남았고, 주연배우들과 꽤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특히 박혜련 작가는 작품 전체에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민준국을 반전의 요소로 기막히게 사용해 흥미를 높였다.
이밖에도 장혜성, 차관우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신상덕 변호사(윤주상 분)와 최유창(최성준 분), 김공숙 판사(김광규 분), 고성빈(김가은 분), 그리고 김충기(박두식 분)는 마지막 회까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신상덕은 차관우가 경찰에서 국선전담변호사가 되게 만든 인물로 매 사건마다 장혜성에게 깨달음을 주며 그를 좋은 변호사로 키우는데 일조했다. 특히 서도연의 아버지인 황달중 사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로 드라마의 무게를 잡아줬다. 박수하를 좋아하는 고성빈과 그런 고성빈을 좋아하는 김충기 캐릭터는 톡톡 튀는 매력으로 시청자를 잡았다. 고성빈은 박수하가 장혜성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으며, 김충기는 기억을 잃었던 박수하를 도와줬다.
뿐만 아니라 배우 김민종, 엄기준, 김성균, 소이현, 개그우먼 안영미 등 화려한 카메오 군단은 재미를 더했을 뿐만 아니라 느슨해질 수 있는 극에 활력을 줬다. 주연배우들부터 한 장면만 나온 카메오들까지, 버릴 것 없는 완전체 드라마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첫 회가 한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극 3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방송 2회 만에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극 1위로 올라섰고, 11회부터 20%가 넘는 시청률을 유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달 종영된 MBC 월하드라마 '구가의 서'를 제외하고, 최근 월화수목극이 10%를 밑도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 해봐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인기가 굉장히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인기에 힘입어 당초 기획된 16회에서 2회 연장을 확정지었고, 연장 후 전개가 늘어진다는 평도 있었지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두 차례 표절시비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인기요인으로는 법정스릴러와 로맨스의 적절한 결합과 이보영, 이종석, 윤상현, 정웅인 등 주조연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가 꼽히고 있다. 스릴러와 로맨스를 적절하게 결합시켜 폭넓은 시청자들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한편 '너의 목소리가 들려' 후속으로는 배우 소지섭과 공효진 주연의 '주군의 태양'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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