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감독 선임' KT, 파격보다 안전을 택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8.02 10: 41

KT가 파격보다 안전을 택했다. 모험 대신 안정을 꾀한 것이다. 
KT는 2일 초대 사령탑으로 조범현(53) 삼성 인스트럭터를 낙점했다고 최종 발표했다. 계약기간 3년에 총액 15억 원의 조건이다. 조범현 신임 감독은 SK와 KIA에서 총 8년 간 지휘봉 잡은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로 무엇보다 팀을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KT 스포츠 권사일 사장은 "조범현 감독은 지도자 경험이 풍부하며 선수육성 능력 및 시스템 구축 능력이 뛰어난 야전 사령관이다. 더불어 야구에 대한 창의적인 전략과 중장기적인 비전을 지닌 프로야구의 제갈량 같은 감독이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KT 초대 감독에는 숱한 인사가 하마평에 올랐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노장 감독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과 김인식 전 한화 감독, 김재박 전 LG 감독이 언제나처럼 우선적으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KT는 일찌감치 노장 감독들을 리스트에서 제외하며 신선한 이미지의 부각에 중점을 뒀다. 
특히 김성근 감독의 경우 이석채 회장이 직접 호감을 나타내며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KT는 이미지가 있는 노장 감독보다 신선하고 색깔 옅은 감독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이미 올해 프로야구 시즌 개막 무렵부터 야구계에서는 "김성근 감독은 KT 사령탑 후보에서 제외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때부터 거론된 인물들이 바로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과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였다. 외국인 감독과 신인 감독이라는 파격을 그렸다. 신생팀이 가질 수 있는 신선함과 파격에서 그보다 더 좋은 카드는 없었다. KT 구단의 이미지 제고와 흥행몰이를 위해서라도 주목을 끌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감독과 신인 감독의 경우에는 팀의 초석을 다져야 할 신생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국인 감독과 신인 감독은 위험 부담이 컸다. 선수들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하고, 팀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보다 검증되고 노련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연스럽게 로이스터-박찬호 카드가 사라지며 다시 노련한 감독을 찾았다. 
그런 KT의 조건을 가장 충족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조범현 감독이었다. 조 감독은 올해 만 53세로 경험은 많지만 '노장' 축에는 들지 않는다. NC를 맡은 김경문 감독처럼 검증된 지도력과 유연한 이미지가 있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조직적인 야구로 팀의 기틀을 다지는데 능력을 발휘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1회와 준우승 1회, 포스트시즌 진출 4회로 확실하게 성적도 냈고, 젊고 가능성있는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다. 
결국 KT는 면접을 통해 조 감독에게 초대 사령탑 지휘봉을 맡기며 팀의 미래를 걸었다. 리그에 먼저 연착륙한 9구단 김경문 감독의 NC처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번째 팀에서 기회를 잡은 조 감독이 파격보다 안전을 택한 KT에 부름에 보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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