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없는' 덕수고, 잘나가는 이유 있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08.08 06: 03

지난 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6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 덕수고는 야탑고를 13-5로 꺾고 2년 연속 청룡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전반기 황금사자기 우승에 이어 독보적인 강팀 지위를 굳혔다.
이날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덕수고 3학년 투수 전용훈에게는 많은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그에게 추가 취재를 하기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본 취재진에게 전용훈은 "저희는 휴대전화가 없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덕수고 야구부 학생들은 휴대전화가 없다. 최근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 가운데 한창 최신 기기에 관심이 많을 고교생들이 휴대전화가 없는 것은 불편한 일이겠지만 덕수고 학생들은 휴대전화 금지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날 우승 후 정윤진 덕수고 감독은 야구부에서 "제가 1994년 덕수고 코치를 맡았을 때 삐삐가 유행이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삐삐 쓰지 말자. 그 시간에 야구하자'고 약속을 했다. 그 이후로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 전통이 덕수고에 십수년째 내려오고 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휴대전화가 없는 선수들은 심심함을 야구로 푼다. 덕수고는 6월 9일 황금사자기에서 우승한 뒤 하루 쉬고 바로 훈련에 돌입했다. 선수들의 요청이었다. 전용훈은 "3년 동안 열심히 야구한 곳인데 3학년 동기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경쟁 속에서 누구든 열심히 하는 분위기는 덕수고 선수들을 스스로 강해지게 만들었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도 깊다. 6월 넥센에 우선 지명된 내야수 임병욱은 외부와의 연락을 위해 휴대전화를 먼저 개통했지만 동료 선수들이 있는 곳에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행동을 삼가는 배려였다. 최근 전국 대회를 휩쓸고 있는 덕수고의 위엄은 잠깐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덕수고는 황금사자기, 청룡기를 휩쓰는 동시에 올해 부활한 6월 프로 우선 지명에서 한주성(두산)과 임병욱 두 명의 지명 선수를 배출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정 감독은 "두 선수가 열심히 해주면서 좋은 결과를 낳았다. 지금 2학년 투수진이 더 좋다. 아마 올해보다 내년이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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