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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으르렁'이 제시한 새 흥행공식..3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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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혜린 기자]가요계에 엑소 열풍을 분석하는 손길이 바쁘다.

특히 10대 팬덤을 강력하게 응집시키고 20~30대까지 사로잡으며 음반-음원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으르렁'은 새로운 보이그룹 흥행 모델이 된 상태. '으르렁'은 SBS '인기가요'와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MBC '쇼!음악중심', KBS '뮤직뱅크'에서도 1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 곡 덕분에 1집 총 앨범 판매량은 70만장을 넘어섰고, 멜론에서는 발표 한달이 훌쩍 지난 13일 오전 현재에도 5위권을 유지 중이다.

한동안 강렬한 후크와 칼군무로 보이그룹 경쟁에 한창이었던 가요계는 엑소가 새로 제시한 흥행공식에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3무정책이다. 특정 멜로디를 일부러 반복시키는 후크송을 벗어나고, 포인트 안무 대신 퍼포먼스의 전체 완성도를 높이고, 개별 예능 출연 등을 자제시키는 전략이다.

# 후크 없다

'으르렁'은 보이그룹 특유의 카리스마를 강조하는 샤우팅 창법이 없고, 일부러 반복을 주는 후렴구만 강조한 후크송이 아니란 점에서 차별화된다.

'으르렁' 역시 '나 으르렁 대'로 시작되는 인상적인 후크가 있지만, 노래에서 이 후크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그보다는 전체적으로 매우 다양한 멜로디가 진행되고, 멤버 파트 분배를 위한 불필요한 랩도 없다.

SM 프로듀싱실 이성수 실장은 "모든 노래에 후크가 있으므로, 후크송이다 아니다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으르렁'은 루프 반복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프리 코러스나 클라이막스에서 패턴을 따르지 않고 다른 반주가 나와 노래에 변화를 줬다. 소위 '후크송'이라고 불리는 노래들과 달리, 장르적으로 어반 R&B(Urban R&B)를 차용해 멜로디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점은 비슷비슷한 노래에 질려하던 20~30대까지 사로잡았다. 이 실장은 "'으르렁'은 새로운 장르의 곡이 아니다. 하지만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반주 위에 반복적인 멜로디로 '후크'를 만드는 곡의 방식이 아니기에 도리어 요즘 TV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다른 음악들과 차별화된 것 같다"면서 "그래서 어린시절 팝과 R&B를 듣고 자라난 2~30 대 리스너들에게도 어필이 될 수 있었다"고 평했다.

# 포인트 안무 없다

특정 멜로디를 부각시키기 위한 쉬운 포인트 안무 대신 완결성 높은 퍼포먼스를 택한 것도 눈에 띈다. 기존 보이그룹 무대가 여러 멤버의 일사분란한 동작을 통해 감탄을 자아냈다면, 엑소 12명의 멤버들은 각자 따로 움직이다가 2팀으로 나뉘었다가 또 12명이 되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려냈다.

SM 퍼포먼스 디렉팅팀 탁영준 팀장은 스토리텔링에 방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안무를 구성할 때엔 포인트가 되는 동작, 그리고 전체적인 구성의 유기적인 조합을 중요시하는데, 엑소의 경우 위의 요소들과 더불어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 스토리는 '늑대와 미녀'에서 연결된다. 그는 "‘늑대와 미녀’의 경우 ‘늑대’ 자체를 표현하는 안무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사랑에 빠진 소년의 감성을 표현하면서도 거친 남성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으르렁’은 앞선 ‘늑대와 미녀’와 이어지는 스토리로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다투는 내용을 카메라 앵글을 활용해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대결하는 스토리로 풀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배틀 퍼포먼스는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카메라는 소년들의 대치상황을 실제 있는 일을 직접 관찰하는 것처럼 편집 없이 훑었고, 이때 드러난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남성성은 남성팬들의 도전의식까지 자극했다.

탁 팀장은 "여성들에게는 그저 단순히 귀여운 동생의 이미지가 아닌 남성성이 엿보이는 퍼포먼스와 세련된 스타일링 등이 어우러져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남성들에게는 한번쯤 춰 보고 싶거나 멋있다 라는 느낌을 주는 퍼포먼스이지 않았을까 한다. 이번 ‘으르렁’은 이렇게 음악과 퍼포먼스가 서로 시너지를 낸 케이스라고 본다"고 평했다.

# 개별 활동 없다

엑소는 두드러지는 멤버를 내세워 인지도 끌어올리기 투수를 활용하던 일반 전략도 피했다. 각 그룹마다 화려한 비주얼에 스타성, 혹은 예능감을 지닌 멤버는 있게 마련인데 엑소는 멤버 하나를 통한 인지도 높이기보다 그룹 색깔 다지기에 중점을 뒀다.

엑소는 '최대한' 신비했다. 지난 6월 '늑대와 미녀' 발표전 무려 1년 5개월의 국내 공백을 가진 상태. 팬들에게 잊혀지지 않게 최대한 자주 신곡을 내고, 예능을 통해 인간적인 매력을 내세우는 다른 그룹과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일각에서는 SM의 이같은 전략 효과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론 10대팬들의 상상력을 듬뿍 자극하게 된 셈.

가요계는 엑소의 팬들이 아이돌 스타를 실제 '우상'화하고, 열광적인 팬덤 현상을 보이는 게 동방신기 이후 처음이라는 평이다. 행사에 갈때마다 펜스가 무너지고, '너무' 열광적인 팬들 때문에 SBS '인기가요'는 이들 팬의 입장을 제한하는 초강경 대처를 할 지경이었다. 가요계 경호 경력 10년차인 한 관계자는 "물론 최근에도 인기그룹은 많았지만, 이같이 신드롬과 같이 열광을 드러내는 건 동방신기 이후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는 신비주의에 거리상의 친근함을 더한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 그룹 결성부터 외계 행성에서 온 초능력 소년을 콘셉트로 한 이들은 팬들에게 다소 거리감이 있을 수 있었으나, 이번 앨범 활동 배경을 학교로 잡아 일반 동네에서 찍은 티저 이미지, 교복을 연상케 하는 무대 의상, 실제 고등학생들의 배틀을 암시하는 뮤직비디오 등을 선보여, 완벽하되 가까이 있는 그룹의 포지션을 획득했다. 

'늑대와 미녀' 때까지만 해도 엑소를 강력한 라이벌로 의식했던 여타 아이돌 기획사들은 이제 엑소를 '다른 단계'로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중형기획사 관계자는 "관성적으로 이어지던 보이그룹 흥행공식을 화끈하게 뒤집어 엎은 케이스로 보고 있다"면서 "물론 당장의 효과가 없어도 장기간의 전략이 가능한 SM의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한 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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