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명 "김민정과 잘 어울린단 말 많이 들었죠" [인터뷰]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3.10.24 17: 41

영화 '밤의 여왕'은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스러움으로 113분의 러닝타임을 이끌어간다. 특히 두 사람은 진짜 부부를 방불케하는 연기로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극중 지질한 남편 영수로 분한 천정명은 커다란 눈으로 아내 희주(김민정 분)의 과거를 파헤친다. 아내의 과거 따위를 파헤치는 이 지질한 남자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순전히 그를 연기하는 이가 천정명이기 때문이다.
언론배급시사회가 있고 며칠 뒤 만나본 천정명은 대뜸 영화에 대한 칭찬을 하니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영화 속 너무나도 러블리한 커플 영수, 희주의 이야기를 꺼내자 "다들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며 수줍게 웃어보였다.
"처음엔 빈말인줄 알았는데 다들 정말 잘 어울린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감독님도 생각했던 것보다 잘 어울린다고 하시고. 처음엔 인사치레인줄 알았는데, 촬영 후 모니터링을 하 보니 잘 어울리더군요. 주변에서 진짜 사귀면 안 되냐고 그러시기도 하고. 그런데 뭐 그게 제 맘대로 되나요(웃음)."

앞서 언급했듯 그가 연기하는 영수는 천정명에서 시작해 천정명으로 끝난다. '밤의 여왕'의 김제영 감독도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천정명 덕분에 영수 캐릭터가 비호감이 아니라 귀여운 남자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천정명은 영화 속에서 지질하지만 귀여운 남자 영수의 옷을 더욱 사랑스럽게 입었다.
"이 역할을 누가 맡냐에 따라 당연히 달라지겠지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예요. '시작은 키스'라는 영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을 롤모델로 삼고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에는 못난 남자와 완벽한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그 남자가 영화의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정말 사랑스러워보이거든요. 저도 영화가 끝날때쯤 사랑스러워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관객들에게 영수 같은 남자친구,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끼게 하는 게 목표였죠."
천정명은 김민정과 8년 전 SBS 드라마 '패션 70s'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리고 이들은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만에 다시 만나 부부를 연기했다. 인연이라면 인연인 두 사람이다.
"사실 그 당시 드라마 끝나고 나서는 그렇게 친하지 않았어요. 끝나고 나서 오히려 친해졌죠. 우연찮게 할로윈 파티에 (박)진영이 형과 갔었는데, 거기서 보게 됐어요. 그러다가 가끔씩 밥도 먹고 하다보니 친해지게 된 거죠. 그리고 같이 다시 연기 해 보면 재밌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는데, '밤의 여왕'을 하게 된 거예요."
꽤 오랜 시간동안 천정명이 본 김민정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김민정의 성격을 "일할 때와 일 안 할 때가 정말 다르다"며 입을 뗐다.
"일 할 때는 정말 철두철미해요. 아역을 하면서 선생님들에게 보고 배운 게 조기교육이 됐나 봐요. 촬영장에서는 완벽주의죠. 감독님이 OK사인을 내려도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해요. 평상시에는 다른 사람이죠. 순수하고 순둥이이기도 하고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일을 그렇게 오랫동안 했엇는데도 정말 착하다는 거예요."
 
'밤의 여왕'은 아내의 과거를 파헤치는 남편의 이야기다. 우리 주변 누군가는 한 번쯤 했을 법한 행동들을 영화 속 영수는 행하고 있다. 천정명에게 영수와 같은 일을 해 본 적이 있냐고 묻자 예의 그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털어놨다.
"고등학교 때 여자친구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 근방에서 유명한 얼짱이었죠. 어쩌다 운 좋게 친구들의 소개로 그렇게 예쁘고 귀여운 여자를 만났어요. 독특한 성격에도 끌렸었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주변 친구가 여자친구에 대한 소문들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걔 모르는 얘가 어디있냐', '좀 놀았다더라' 이런 소문들요. 처음엔 당연히 믿지 않았어요. 그래도 고민 끝에 당사자에게 물어봤죠. 저더러 '나를 못 믿냐. 헤어지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제가 사과하고 잘 달래서 그 일을 덮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소문의 진실은 아직도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영화 홍보를 위해서든, 본인의 의사에 의해서든 예능 출연에는 뜻이 없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크게 손사래를 치며 "예능은 안 맞더라"고 말했다.
"예능은 정말 힘들어요. 저는 사실 순발력이 없는 배우거든요. 철저하게 준비해서 보여드리는 배우죠. 화면 속 제 연기는 제가 준비한만큼만 나오는 거예요. 연기를 더 열심히 할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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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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