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인간의조건', 여성 예능은 이렇게 하는 걸로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3.11.03 07: 31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의 개그우먼 특집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여자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재미를 선사했다. 이는 현재 지상파 방송가에 전무한 여성 중심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한 것으로 의미를 더했다.
지난 2일 방송된 '인간의 조건'에서는 쓰레기와 휴대폰 없이 사는 미션을 체험하는 멤버(김숙, 김신영, 김지민, 신보라, 김영희, 박소영)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민낯의 부담감을 털어버리고 사생활까지 시원하게 공개한 멤버들은 4박 5일간의 짧았지만 길었던 여정을 마쳤다.
이들 멤버가 처음부터 모두 친할 수는 없었던 일. 하지만 체험이 시작되자 김신영과 김영희는 대학교 선후배가 될뻔했던 사이로, 이들의 갈등은 김영희가 자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전해 예상보다 조금 더 깊었을 이들의 앙금을 짐작게 했다.

하지만 단 4박 5일간의 합숙이었음에도 함께 먹고, 자고, 공동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이 풀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경향이 짙었던 멤버들은 서로에게 웃음과 눈물, 또 남자친구에 대한 사랑과 그에 대한 질투를 숨기지 않으며 진솔한 대화를 시종일관 이어갔고, 무뚝뚝한 김신영도 데면데면했던 멤버에게 밥을 챙겨줄 정도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활동하는 연예인인 옛애인을 카메라 앞 수다거리로 꺼내놓는 이들의 당참과 숙소에서 다 같이 만들어 먹는 세심하고 정성이 가득한 요리, 안 입는 옷 리폼하기, 화장을 지우기 전에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다는 분장 놀이 등의 깨알 재미는 '인간의 조건'의 주인장인 남자 멤버들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다양한 잔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했다.
현재 방송가에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예능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장수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과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은 말할 것도 없고,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맨발의 친구들'은 모두 남자 멤버이거나, 홍일점으로 여성 멤버를 활용 중이다. 
앞서 한 방송관계자는 이같은 남성 예능 쏠림 현상에 대해 시청자의 시선이 걸림돌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여자 연예인이 카메라 앞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여도, 시청자는 가식일 것이라는 끊임없는 의심을 하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힘들다는 것. 하지만 '인간의 조건' 개그우먼들이 민낯으로 보여준 솔직 담백한 4박 5일간의 이야기는 호평을 이끌어내며 여성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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