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황후’, 진부한 사극 가라..활기 넘치는 이야기의 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1.06 08: 29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시청률 상승세 속에 월화드라마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활기 넘치는 이야기의 힘이 크다.
‘기황후’는 대원제국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고려 여인의 사랑과 투쟁을 다루는 50부작 사극. 호흡이 긴 드라마이지만, 초반부터 빠른 이야기 전개로 질질 끄는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1회부터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기승냥(하지원 분), 왕유(주진모 분)의 이야기가 시작되더니만, 사극의 진부한 전개에서 어느 정도 탈피한 모습이다.
‘기황후’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흥미진진한 로맨스를 적절히 섞어 남녀노소를 사로잡을 수 있는 힘을 갖췄다. 왕유가 강건한 고려를 만들기 위해 원나라 지배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통치를 하려고 하고, 원나라 공녀로 끌려갈 뻔 했던 승냥이 왕유와 황태제 타환(지창욱 분)을 구하면서 힘을 키워가는 과정, 목숨을 위협받는 타환이 왕유와 승냥의 도움 하에 원나라 지배자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많은 인물과 이야기가 쏟아지지만, 그렇다고 중구난방은 아니다. 동시다발적이면서도 차근차근 담기고 있다.

이 드라마가 승냥의 일대기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승냥의 두 남자 왕유와 타환의 권력 쟁취기와 로맨스가 곁가지로 붙으면서 사극이 흔히 빠지기 쉬운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서 탈피하고 있다. 방영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고 아직까지도 토끼눈을 뜨고 있는 시청자들의 반발이 여전하지만 일단 드라마가 가진 이야기의 힘은 상당하다.
‘대조영’, ‘자이언트’ 등 대작을 만들면서도 끝까지 힘을 잃지 않은 이야기를 내세웠던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필력은 이야기 곳곳에서 발휘되고 있다. 승냥이 남장을 하면서 왕유, 타환과의 삼각 로맨스는 초반부터 힘을 받고 있고 심각한 와중에 곳곳에 배치된 웃음 유발 장치는 현대극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안긴다. 워낙 빠른 전개를 보이는 까닭에 긴장감이 높은 이 드라마의 특성상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튀어나오는 웃긴 요소는 드라마의 매력을 한껏 올리고 있다.
여기에 이 드라마를 이끄는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가 없다. 하지원, 주진모, 지창욱, 김영호, 김명수, 정웅인, 김정현 등 출연하는 배우들이 펼치는 열연의 향연은 탄탄한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워낙 논란의 여지가 많은 드라마인 까닭에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황후’는 현재 안방극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6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5일 방송된 4회는 전국 기준 14.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두자릿수 시청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기존 사극의 진부한 전개에서 벗어나 신선한 이야기로 무장한 ‘기황후’가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기 어려운 요즘 드라마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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