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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의혹? 표적이 되면 무조건 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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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표절은 좀 재미있는 이슈다.

일단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은 자신의 문화적 박학다식을 뽐낼 수 있다. 한국 히트곡만 흥얼거리는 '일반 시민'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가수와 노래를 들이밀며, 네가 좋아하는 그 곡이 실은 다른 가수의 곡을 베낀 것이라고 말해주는 순간은 꽤 짜릿하다. 비양심 권력자에 맞선다는 보람도 있을 것이다.  

이를 공식 논란으로 만드는 건 더 재미있다. 비슷하다는 몇몇 사람의 의견은 그냥 바로 '표절 의혹'이 되고, 뒤의 의혹은 곧바로 생략된 채 '표절' 곡과 '표절' 작곡가만 남는다. '맞아, 맞아' 의견이 쏟아지는 순간, 우리는 한국 최고의 섹시스타도, 어린 천재 아이돌 뮤지션도, 대국민 오디션 스타도, 국민 여동생도, 음원차트 최강자도 그냥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구체적인 물증도, 당사자의 자백 없이도 화끈하게, 그리고 정당하게(!) 손가락질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자백이 있는 건 굉장히 드문 케이스다. 사실 예전의 '표절' 개념으로 보자면, 이제는 표절곡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예전엔 외국곡을 몰래 가져와 가사만 한국어로 바꾸는 수준이었으므로 '은퇴'까지 해야 할 문제였지만 요즘은 그러한 의미의 표절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물론 과도기가 있었다. 일단 샘플링 하고 나중에 해결하는 방식이 불과 5~6년 전만 해도 있었다. 표절 의혹 논란이 일거나, 원작자가 조용히 연락해와 문제를 삼으면 뒤늦게 저작권을 넘겨주는 식이었다. 이 '합의'에는 언론 공표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기도 했다. 이는 2006년 공론화됐는데, 이에 대한 가요계 답변은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긴 했다. 샘플링을 하고 싶었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어 일단 샘플링부터 해왔다는 거다.

# 인터넷 시대에 비밀이란 없다

이제는 이 방법도 쉽진 않다. 뒤늦게 저작권을 넘겨주면, 그게 또 바로 드러난다. 인터넷 시대에 비밀은 없다. 저작권을 검색만 하면 우리의 유명 프로듀서가 슬쩍 다른 이름으로 바뀐 걸 금세 알 수 있다. 그래서 또 몇몇 표절 의혹곡들이 뒤늦게 '실은 저작권을 넘겨준 곡'으로 드러났다. 꽤 강한 강도의 망신도 당했다. 게다가 샘플링 한두마디 했다가 곡의 전부는 물론이고 한국어 가사에 대한 저작권까지 넘겨줘야하는 건 '2차 저작자'에게 좀 억울한 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바보가 아닌 이상 계속해 같은 실수를 하지는 않게 된 상태이기도 하다.

2006년엔 오마주라는 말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효리의 '겟챠'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씽'과 표절의혹에 휩싸였는데, 작곡가 김도현은 “일종의 ‘오마주’(선배 영화의 업적을 기리면서 주요 대사나 촬영방식을 본떠 표현하는 것)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즉, 베낀 게 아니라 존경심을 표한 것이라는 셈이다. 당시 최신곡이었던 '두 섬씽'이 오마주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2009년엔 레퍼런스가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레퍼런스와 표절의 경계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일어난 것으로 최근 표절 시비 흐름의 시초로 볼 수 있다. 논란곡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 조목조목 뜯어보면 다르다. 레퍼런스란 작곡가가 곡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다른 곡을 공부하고 참조해 그 공식을 활용하는 것으로, 아마 앞선 '오마주' 발언도 실은 이 레퍼런스를 뜻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 레퍼런스란 창작자에게 어떤 개념일까

작곡이란 무릇 골방에서 고독하게 콩나물 음표를 그리는 것이라고 믿었던 대중에겐 충격적인 것이었지만 이 레퍼런스는 창작자들에겐 흔한 개념. 노래 뿐만 아니라, 드라마도 영화도 창작자들이 기존 작품의 뼈대를 공부하고 이리 저리 비틀어보는 건 매우 흔한 일이다.

진짜 생뚱맞은, 작곡가가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뛰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정말 알지도 못했던 곡과 표절 시비가 붙는 건데, 아무리 몰랐던 곡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공식 입장으로 밝히진 못하지만 사석에서 털어놓는 이들의 심경은 "답답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말 몰랐던 노래거든요. 법원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작곡가나 음반 제작자는 기존 발표한 곡을 다 알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말을 해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잖아요. 결과적으로 유사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건 인정할 수 있어도, 고의적으로 파렴치하게 베꼈다는 혐의까지 뒤집어쓰게 되는 건 정말 억울하죠. 어차피 진실은 저만 아는 거니까 뭐 말을 해도 믿지도 않고."

이왕 베낄거면 소송으로 잘 번지지 않는 해외곡을 베끼지 왜 굳이 한국 노래를 베꼈겠냐, 표절 시비 붙은 두 곡은 사실 피차 똑같은 해외곡을 베낀 게 아니냐 등의 웃지 못할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물론, 공식석상에선 못하는 말이다.

댄스와 발라드 일색의 한국 가요가 장르 영역을 확대하면서 최근에는 장르적 유사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생소한 장르다보니, 다 비슷비슷하게 들리고 그게 바로 표절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아이유의 '분홍신'이 넥타의 '히어스 어스(Here's Us)'와 표절 시비에 휘말렸는데, 이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김형석, 방시혁 등 동료 작곡가들이 "표절이 아니다"고 진단 내려줘 일단락된 상태. 코드 진행이 명확하게 다르다는 소속사 입장도 발빠르게 공개됐다.

# 작곡은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다

그런데 코드 진행이 같다고 다 표절도 아니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코드를 만들어 작곡가를 상대로 파는 사이트가 있다. 음악적 소스도 마찬가지다. 한 힙합 뮤지션의 말을 들어보니, 작곡은 그다지 낭만적인 일만은 아니었다.

"그 사이트에 가면 샘플이 쭉 있는데, 들어보면 국내 히트곡들도 꽤 나와요. 그게 표절은 아니죠. 정당한 대가를 주고 쓰는 건데요. 음악을 비롯한 모든 창작이 다 그렇잖아요. 끊임없이 다른 작품을 연구하고, 내 것으로 바꿔보고, 가끔은 필요한 것을 사서 쓰기도 하고."

중요한 건 진실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표적이 될 것인가일 수도 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있는 한 제작자는 이같이 말했다.

"어디까지가 레퍼런스고 어디까지가 표절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기준도 없어요. 그냥 여론이 표절이다 하면 표절이에요. 서툴렀을지언정 작법 중 하나였던 건데 악의적으로 베꼈다는 소릴 들으면 억울하기도 하죠. 해명을 하기도 어려워요. 소송이 들어오지 않은 이상 어떻게 판결을 받을 수도 없고, 원작자라고 지목된 사람에게 접촉을 해서 의견을 주려니 접촉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표절을 인정하는 것 같고. 악의적으로 베낀 건 아니었으니 표절이라는 말을 수긍하기도 억울하고. 코드며 악기 진행이며 다 까고 설명하려해도 업계 밖에서 이해해줄까 싶기도 하고. 일단 표적이 되면 무조건 지는 게임인 거예요."

rinny@osen.co.kr
<사진> 올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가수들. 로이킴, 아이유, 거머리(박명수+프라이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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