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세바퀴’, 여자 최한빛의 삶을 응원합니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1.24 08: 01

방송 초반, 눈물을 흘리며 쏟아놓는 그간의 일들은 함께 한 출연진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나로 살고 싶었다”라고 거듭 말하는 트렌스젠더 모델 최한빛의 떨리지만 단호한 목소리에는 그만큼 외로웠던 시간, 여자의 정체성으로 살고 싶었던 간절함이 담겨있어 큰 울림이 있었다.
최한빛은 23일 오후 11시 15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에서 “4달 동안 고통 속에 죽다 살아났다”며 성전환 수술을 선택하기 전·후의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이날 그가 처음으로 한 고백은 “나는 남자에서 여자로 된 적이 없다. 항상 여자였고, 지금은 더 완전한 여자가 된 거다”라는 말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언제부터 그랬느냐는 질문을 던지지만, 자신은 처음부터 스스로를 여자라 인식해왔다는 것.

여자였지만 여자의 삶을 살 수 없었던 최한빛은 학창 시절 무용에만 전념했다. 다른 친구들은 쇼핑을 하고 데이트를 했지만, 어느 것도 평범하게 할 수 없었던 최한빛은 오로지 무용을 통해서만 자기 자신을 기억할 수 있었고, 그 때문에 한예종에 입학해 무용수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위기가 왔다. 시간이 갈수록 남자 무용수로서의 본격적인 길을 걸어야 했고, 군대에서 영장까지 날아왔다. 그는 “(군대에 들어가기 전) 두 달 만큼 내가 속만 여자가 아니라 거울에 비춰 본 내 모습까지 딱 한 번 여자이고 싶었다. 그래서 원피스를 입고 거울을 보는데 그게 진짜 나였다. 머릿속에 그려 온 모습 확인하니까, 정말 하나뿐인 인생을 나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자의 차림으로 병무청에 가 군대 면제를 받을 수 있었던 일을 전했다.
누구나가 그러하듯 처음 가족들은 최한빛의 커밍 아웃에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가 감사했던 것은 부모님의 마음 때문이었다. 부모님은 최한빛이 트렌스젠더 여서가 아닌 마음에 짐을 지고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것에 같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그리고 고민 끝에 트렌스젠더로의 삶을 인정해줬다.
최한빛은 “아버지가 들어오시더니 ‘네가 딸이든 아들이든 변함없는 내 자식이다. 사랑한다. 우리 셋째 딸’ 하시면서 안아 주셨다”며 “(성전환 수술로) 죽을 수도 있는데 나는 이미 부모님께서 딸로 불러주셔서 수술하다 죽어도 그게 행복했다”라고 회상해 감동을 줬다.
이후 최한빛은 모델에 도전했다. 그러나 트렌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패션쇼 무대에 쉽게 설 수 없어 지금도 아쉬움이 많은 상황. 그럼에도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 뿐인 인생이다. 그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진심을 전해 출연진의 박수를 받았다.
최한빛의 이야기들은 편견을 갖고 있던 사람들마저도 감동시킬 수 있을만큼 진심이 담겨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런 그를 받아 준 부모님의 이야기 역시 듣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며 부모님과 같이 응원을 해주고픈 마음이 들게 하기 충분했다. 모델이자 여자 최한빛이 보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감을 자아낸다.
한편 이날 '세바퀴'는 '죽다 살아난 사람' 특집으로 방송됐으며 트렌스젠더 모델 최한빛, 가수 홍진영, 유승우, 성대현, 문희준, 개그우먼 박나래, 조혜련, 김지선, 장도연, 이경애 방송인 조영구, 방송인 데프콘, 전직 농구선수 한기범, 권투선수 신동선, 배우 윤문식, 조형기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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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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