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외인상을 만들자" GG 설자리없는 외인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12.11 06: 03

외국인선수들에게 골든글러브는 없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프로야구 골든글러브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번에도 그 중심에는 외국인선수들이 있다. 지난해 투수 부문에서 브랜든 나이트가 최고 성적을 내고도 수상에 실패했고, 올해도 크리스 세든과 찰리 쉬렉이 국내 선수들에 밀려 수상은 커녕 3~4위에 그쳤다. 
이 때문에 '외국인선수들이 골든글러브에서 정당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골든글러브는 한 해 동안 최고 활약을 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스트10 성격의 상이다. 공격과 수비 그리고 인지도까지 프로선수로서 모든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외국인선수 골든글러브는 2009년 KIA투수 아퀼리노 로페즈를 끝으로 4년째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고 있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후 황금장갑 수상자는 펠릭스 호세, 댄 로마이어, 타이론 우즈, 틸슨 브리또, 클리프 브룸바, 제이 데이비스, 래리 서튼, 다니엘 리오스, 카림 가르시아 그리고 로페즈까지 겨우 10명 뿐이다. 
1998년에는 한국프로야구 홈런 신기록을 세우며 시즌 MVP를 차지한 우즈가 1루수 부문에서 이승엽에게 밀려 골든글러브를 놓치는 일도 있었다. 벌써 15년 전 일이지만 최근 2년 사이에서도 이 같은 풍경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적을 내지 않는 이상 외국인선수에게 황금장갑은 먼나라 이야기다. 
이처럼 외국인선수들이 골든글러브에서 고배를 마시는 데에는 돈을 주고 고용하는 '용병'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스쳤다 지나가는 이방인으로 바라보기에 '같은 값이면 국내선수들에게 주자'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있다. 투표 인단이 323명으로 워낙 넓다 보니 인지도가 떨어지는 외국인선수들이 손해를 본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 외국인선수들이 참가하기 어려운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외국인선수들은 시즌을 마친 후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비시즌에 열리는 시상식 참가가 어렵다. 그들을 대신해 코치 및 관계자들이 대리 수상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 역시 외국인선수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소였다. 
하지만 외국인선수 업무를 담당한 관계자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주최하는 KBO에서 후보에 오른 외국인선수들을 초청하면 찾아올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KBO에서 간단한 교통비와 체제비를 지불하고 초청하면 외국인선수들도 시상식 참여가 가능하다. 선수인 이상 누구나 상을 받고 그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한다. 올해 투수 부문 후보였던 세든도 시즌 막판 "골든글러브를 받게 된다면 큰 영광"이라고 내심 기대를 나타냈다. 
외국인선수들도 이제 엄연히 한국프로야구를 구성하는 일원인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하는 시선과 목소리가 많다. "차라리 외국인선수상을 따로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씁쓸한 제안도 나오고 있다. 골든글러브를 비롯해 시상식장에서 설자리가 없는 외국인선수들에게 정당한 가치 평가가 필요한 때이다. 
waw@osen.co.kr
나이트-세든-찰리(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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