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샷 자동 퇴장, 경기력에 미칠 영향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1.04 10: 39

헤드샷 퇴장이 경기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3일 야구 규칙과 관련된 심의결과 투수의 직구가 타자 머리 맞히거나 스치기만 해도 자동 퇴장되는 룰을 만들었다. 지난해 9월8일 잠실 경기에서 삼성 배영섭이 LG 레다메스 리즈의 강속구에 머리를 맞은 후 뇌진탕을 호소, 이 문제가 공론화된 바 있다. 결국 새로운 머리 사구시 투수 자동 퇴장으로 룰이 만들어졌다. 
과거에도 이처럼 비슷한 규칙이 있었다. 2003~2004년 2년 동안 투수의 공이 타자의 머리를 맞힐 경우 고의성 관계없이 무조건 퇴장시켰다. 당시에는 직구 뿐만 아니라 변화구도 퇴장 대상이었는데 2003년 10차례, 2004년 24차례 사구 자동 퇴장이 나왔다. 2년간 34차례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 경기력과 승부에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룰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2003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6회 구원등판한 SK 투수 김정수는 현대 첫 타자 전준호의 헬멧을 맞히는 바람에 한 타자만 상대하고 퇴장됐다. 큰 경기도 예외없었다. KIA 훌리오 마뇽은 2004년 8월31일 광주 롯데전에 선발등판했으나 1회 1번타자 김주찬의 머리를 맞혀 3구 만에 퇴장을 당했다. 
올해부터 이 같은 장면이 종종 나올 수 있다. 타자의 머리를 맞히는 공은 상당수가 직구였다. 지난해 큰 화제가 된 리즈-배영섭 사건을 제외해도 김일엽-현재윤, 최향남-송광민, 박지훈-이호준도 모두 직구가 헬맷을 강타한 케이스. 2007년 5월22일 광주 경기에서는 KIA 이종범이 연장 12회말 롯데 이왕기의 공에 머리를 맞고 끝내기 사구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왕기의 공은 직구였다. 2003~2004년에는 느린 변화구에 타자들이 피하지 않는 모습도 있었지만 직구만으로도 충분히 퇴장 사례가 나올 수 있다. 
당장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한 베테랑 투수는 "제구가 좋은 선수라면 몰라도 안 좋은 선수는 몸쪽 승부에 더 큰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투수들에게 몸쪽 승부는 생존 수단. 하지만 행여라도 타자 머리를 맞힐 경우 퇴장이 되는 만큼 소극적인 피칭으로 일관할 수 있다. 2004년을 보면 서승화·엄정욱·노경은 등 어린 투수들 뿐만 아니라 이강철·염종석·최원호 등 베테랑들도 사구 퇴장을 당했다. 경기력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부분이다. 
그렇다면 2003~2004년에는 어떠했을까. 사구 숫자만 놓고 보면 2003년 605개, 2004년 681개로 2001년(515개)~2002년(658개)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2005년 퇴장 규정이 사라진 후 사구가 711개로 늘었지만 2006년 다시 533개로 뚝 떨어져 이렇다 할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리그 평균자책점도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4.71-4.24-4.27-4.21로 큰 변화가 없었다. 
리그 전체로 봤을 때에는 큰 변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4년의 경우 LG는 서승화·최원호가 나란히 2차례씩 사구 퇴장당했는데 그 경기에서 모두 졌다. 반면 KIA는 마뇽이 두 번이나 사구 퇴장으로 갑작스럽게 강판됐지만 2경기 모두 김진우의 구원 역투로 승리했다. 투수의 갑작스런 퇴장은 경기에 있어 큰 변수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운드의 힘이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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