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준 아닌 김수현이 말하는 '별그대'와 전지현 [인터뷰]
OSEN 박정선 기자
발행 2014.03.06 09: 04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도민준 열풍은 올 초봄까지 계속됐다. 이 별난 외계인의 사랑에 이토록 빠져들 줄 그 누가 예상했을까. 이에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어 3연타 홈런을 치게 된 김수현은 이훤도 원류환도 아닌 외계인 도민준의 옷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다.
"아주 뜨겁게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취재진 앞에서 종영 소감을 이야기하는 김수현은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군 도민준과는 또 다른 이였다. 지난 5일 오후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모인 취재진 앞에서 밝지만 긴장된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브라운관 속 도민준이 아닌 배우 김수현으로 돌아온 모습이었다.
그가 연기한 도민준은 지구에서 400년을 살아온 외계인이다. 늙지 않는 그는 여느 때나 특유의 동안 외모로 조선 시대 도포를 입고 등장하기도 하고, 개화기 지식인으로 분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멀끔한 슈트로 대학 강사로 변신했다. 도민준이 살아온 400년의 세월을 표현하는 것은 김수현에게 닥친 당면 과제였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 역할을 맡으며 가장 신경썼었던 부분이에요. 도민준이 살아온 세월을 표현하는 데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표현이 잘 됐었으면 좋겠지만(웃음).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시고 저로서도 조선시대 분장이라든가, 개화기 분장이라든가, 이런 저런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도민준으로 변신하기 위한 김수현의 과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외계인이라는 설정. 쉽게 상상할 수, 시도할 수 없는 캐릭터다.
"원래 외계인이긴 하지만, 제가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처음 생각했던 것은 사람들에 대한 인간의 상처들이에요. 도민준이 처음 지구에 도착해서는 굉장히 궁금한 것도, 호기심도 많았을 거잖아요. 그런데 점점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아가는 모습이나 그런 것들에 의해 감정을 누를 수밖에 없고 점차 마음을 닫아가는 그런 부분. 그것들을 표현하는 데 있어 외계인이라서 뭐가 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특별히 불편함이 있지는 않았어요."
드라마에 푹 빠진 이라면 그런 도민준과 배우 김수현을 일치시켜 생각하는 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실제 김수현은 도민준보다는 풋풋하고 어렸고, 그 속에 장난기도 다분히 숨기고 있었다. 도민준과 김수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민준이 형은 아는 게 많고 저는 공부가 많이 필요한 상태다. 공통점은 도민준이 가지고 있는 진중한 모습"이라고 능청스레 답하며 혼자 먼저 웃어버려 취재진에게 '엄마 미소'를 짓게 한 이도 바로 김수현이었다.
"사실 도민준의 초능력 연기하며 견디기 힘든 부분들도 많았어요(웃음).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들도 계시고 동네 주민분들도 계시고, 다들 쳐다보고 계시는데 저 혼자 눈을 '이렇게이렇게' 한다든가. 꼭 쉽지 많은 않았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웃음). 친구들에게 '방송에서 볼 때 어떻게 보이냐' 물어보면 '너 초능력 하는 거 같다' 이런 리뷰도 듣고, 열심히 응원받으며 촬영했죠."
드라마에서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전지현은 영화 '도둑들'에 이어 이번 '별에서 온 그대'까지 김수현과 함께 연이어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는 전지현에 대해 "최고의 천송이"라고 이야기했다.
"(전)지현 누나와는 '도둑들'때 처음 인사를 드렸죠. 드라마에서 만나게 돼 무엇보다 편했어요. 원체 성격이 쾌활하셔서 현장 분위기 맞추는 데에도 좋았고요. 지현 누나와는 몰입이 잘 돼요. 나이 차이가 몇 살 정도 있긴 한데, 제가 몰입하기엔 좋았던 것 같아요. 지현 누나도 캐릭터 준비를 많이 해 주셔서 촬영하는 동안 자꾸 '최고의 천송이와 함께 하고 있어'하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여러모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전지현은 촬영 현장을 밝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는 게 김수현의 전언. 화면 속 천송이나 촬영 현장의 전지현이나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사실은 공통점이었다.
"지현 누나하고의 현장은 굉장히 화기애애했죠. 모든 남자 스태프들이, 카메라 감독님이나 장태유 감독님이나 조명 감독님이나 다 막 속된 말로 죽겠는 거죠(웃음). 현장 분위기가 덕분에 굉장히 좋았어요."
그런 김수현에게 진지한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1988년생, 이제 만 26세인 그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은 기쁘기도 감사하기도 한 것들이었지만 결국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도 했다. 그러나 밝고 발랄한 성격의 김수현은 이조차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물론 두려운 부분들도 있어요. 계속 도전하려고 하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지켜야 하는 것들이 더 많이 늘어나면서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는 구애를 많이 받기도 하죠. 그런데 제가 그럴수록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소속사 식구들이나 동료 배우분들이나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부담이 있기 때문에 여러 군데 더 많이 의지를 하게 될 수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김수현은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중국에서 이른바 대박을 쳤다. 그의 일상을 포착하기 위한 파파라치가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중화권에 보도된다. 그를 향해 중국에서 새로운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아직은 굉장히 어색하고 어려워요. 이제부터 많이 거리를 좁혀나가볼 생각입니다. 그 쪽에서도 또 열심히 해 볼 생각이에요. 제가 언어가 안 돼서 많이 노력을 해야되겠지만(웃음). 우선 첫 관심을 보여주셔서 정말 기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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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스트,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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