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깜짝 놀란 류현진의 ‘진화한 커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01 06: 54

류현진(27, LA 다저스)이 쾌조의 시즌 출발을 알리고 있다. 개막 이후 12이닝에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역투다. 그 중심에는 진화한 커브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도, 주전 포수도 모두 놀랐다.
류현진은 개막 이후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2이닝 동안 단 5개의 안타를 허용한 반면 삼진은 12개를 잡았다. 피안타율은 1할2푼8리로 지난해(.252)에 비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고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0.75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벌써 지난해 무실점 경기수(2경기)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지난해보다 보름가량 일찍 훈련에 들어가며 몸을 착실하게 만든 것이 초반 호투의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류현진은 체중을 줄이는 대신 웨이트트레이닝에 힘을 쏟으며 몸을 만들었고 그 결과 지난해보다 한층 더 가벼운 몸 상태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도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커브의 진화다.

류현진은 지난해를 마친 뒤 “새로운 구종을 추가할 생각이나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대신 기존 구종을 더 다듬어 완벽하게 던질 수 있게끔 노력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류현진의 의지는 커브에서 빛이 나고 있다. 겨울 동안 릭 허니컷 투수코치와 커브 연마에 노력한 류현진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커브와 함께 승승장구 중이다. 새로운 구종 추가와 동등한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류현진의 커브는 지난해까지 110~120㎞ 사이에서 형성됐다.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전형적인 커브였다. 한국에서도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 가끔 던지기는 했지만 구사비중은 적었다. 스트라이크나 삼진을 잡기 위한 구종은 더더욱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구속이 76마일(122㎞) 가량까지 증가했다. 낙폭이 줄어든 대신 홈 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며 타자들의 헛방망이를 유도하고 있다.
류현진의 커브는 지난해 구사 비중이 10% 미만으로 적었을 뿐만 아니라 피안타율이 3할7리에 이르렀다. 이는 체인지업 피안타율(.164)이나 슬라이더(.225)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썩 효율적인 구종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커브를 던질 수 있다” 정도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커브의 위력이 좋아졌다. 31일 경기에서도 류현진은 13개의 커브를 던졌는데 스트라이크는 9개에 달했다.
ESPN은 31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류현진의 투구내용을 분석하는 글에서 “류현진은 새로운 그립으로 커브를 던지고 있다. 다저스는 그의 새로운 무기 효과를 실감했다”라고 류현진의 커브를 집중 조명했다. 류현진의 공을 받은 주전 포수 A.J 엘리스 역시 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와 올해 두 번의 등판 중 가장 날카로운 커브였다”라고 류현진의 진화한 커브에 대해 놀라움을 드러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이미 미국에서도 ‘명품’으로 소문이 났다. 하지만 하나의 변화구만으로 긴 시즌을 버티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류현진이 지난해 심혈을 기울인 구종이 슬라이더였다. 이제는 커브로 옮겨왔다. 그런 과정에서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는 류현진이다. “지난해 남겼던 숙제는 모두 풀었다. 올해는 더 좋은 활약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엘리스의 말은 그런 노력과 함께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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