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의 룩 패스] '심판 판정 불만' 박종환에 대한 징계...K리그의 딜레마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4.01 09: 15

딜레마다. 징계를 내리자니 꺼림직하고, 내리지 않자니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한 박종환 성남 FC 감독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지어야 할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처한 현실이다.
박종환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암시한 애매한 발언으로 징계 위기에 처해 있다. 박 감독은 지난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서 패배한 직후 "아무 이야기 할 것이 없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가야 하는데..."라면서 "국제 심판을 10년 이상 했고, 감독도 40년 이상을 해봤는데,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을 할 것이 없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어떤 이를 타깃으로 삼았는지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국제 심판 경력을 거론한 것을 빌어 이날 있었던 심판 판정에 대한 이야기임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박종환 감독의 발언은 문제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경기·심판 규정 제 3장 제 36조(인터뷰 실시) 5항 "인터뷰에서는 경기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하여 일체의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 본 항은 K리그 소속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단 임직원 등 모든 관계자에게 적용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상벌규정 제 17조 1항을 적용하여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당장 이날 경기 3일 전 최강희 전북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7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박종환 감독의 발언을 현장에서 접한 연맹의 한 관계자 "아슬아슬하다"는 표현을 했다. 박종환 감독이 "심판 판정"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그 뜻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던 만큼 규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성남 측은 "심판 판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상벌위원회에 회부될 정도인지 잘 모르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에 대해 연맹은 1일 논의를 거쳐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문제는 박종환 감독이 상벌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를 받아도, 받지 않아도 논란이 된다는 것이다.
박종환 감독에게 징계가 내려질 경우 감독들에게 재갈을 채워 '무조건 심판의 판정을 받아 들여라'는 식이 될 수 있다. 연맹은 K리그 뿐만이 아니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일본 J리그의 사례를 들어 축구 선진국에서도 심판 판정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징계 대상임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축구 선진국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등의 경우는 외면하고 있다.
연맹은 감독들에 대한 징계는 강력하게 대응하고 널리 알리면서 심판에 대한 징계 여부는 알리지 않고 있다. 이 또한 감독들의 불만 사항이다. 최강희 감독은 한 경기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들어간 선수들과 지원 스태프, 구단의 노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 경기가 단순히 한 경기가 아니라, 1년 농사가 걸린 중요한 경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강희 감독은 지난해 울산전에서의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인한 패배와 최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의 수 차례 오심이 같은 주심의 판정 속에서 이루어진 것을 지적하며 심판들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환 감독에게 징계가 내려지지 않아도 형평성이 문제가 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박종환 감독의 발언 3일 전 최강희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연맹으로부터 강한 징계를 받았다. 판정 불만 징계 중 최고 수위다. 물론 박종환 감독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심판을 비판한 최강희 감독과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인 줄 누구나 알 수 있었던 만큼 징계를 내리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축구 관계자는 "박종환 감독의 발언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빠졌지만 누구나 그 타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징계를 받지 않을 경우 다른 감독들도 주어 혹은 목적어를 생략하는 식으로 징계를 회피할 방법을 마련하지 않겠나"고 되묻기도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박종환 감독의 징계 여부가 아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은 연맹의 징계에도 매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논란이 될 판정 혹은 확연한 오심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맹은 불만을 토로한 이들에게 징계를 내릴 뿐, 해당 상황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최강희 감독은 포항전에서 대기심의 눈 앞에서 일어난 터치 아웃이 반대로 선언되자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당시 대기심은 대답을 하지 않고 최강희 감독에게 제 자리로 돌아갈 것만을 요구했다. 한 경기를 준비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받치는 감독과 선수들로서는 심판들의 이러한 태도에 기가 찰 수밖에 없다.
프로농구의 경우 심판설명회라는 것이 있다. 구단 측에서 심판설명회를 요청할 경우 KBL 혹은 WKBL에 오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해당 경기의 영상을 보며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일부 판정에 대해 KBL 혹은 WKBL은 인정을 하기도 하지만, 의견 불일치 등의 결론을 내린다. 물론 심판설명회를 통해 경기 결과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심판을 처벌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같은 사례가 발생할 경우 심판들의 일관성 있는 판정 등이 내려지도록 해 궁극적으로는 발전의 길로 가자는 것이다.
지난 28일 연맹은 최강희 감독의 징계 확정 사실을 전하며 잉글랜드축구협회가 2008년부터 4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Respect 캠페인'을 펼친다는 것을 강조했다. '심판이 없으면 게임도 없다. 심판과 감독, 선수 사이의 존중이 필요하다'라는 설명을 인용한 것. 하지만 최근 펼쳐지고 있는 징계와 그 전 판정을 보고 있자면, 연맹이 원하는 건 '심판과 감독, 선수 사이의 존중'이 아닌 '심판을 향한 감독과 선수의 존중'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최근 FA는 자신들의 오심을 고개 숙여 인정하기도 했다. FA는 지난달 22일 열린 첼시와 아스날의 경기에서 주심에서 엉뚱한 선수를 퇴장시켜 논란이 됐다. 당연히 아스날은 경기 중간은 물론 직후에도 주심의 판정을 비난하고 잘못됐음을 알렸다. 연맹이 설명한대로라면 아스날 감독과 선수, 관계자는 모두 징계 대상이다. 그러나 FA는 자신들이 고개를 숙였다. 해당 상황에 대한 주심의 판정이 오심이었음을 인정하고 퇴장을 번복했다. 물론 연맹도 사후 분석을 통한 징계 철회 등을 하고 있지만, 심판 판정으로 인한 징계를 철회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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