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을 좌완 에이스로 키운 힘, 바로 자신감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4.16 06: 28

두산 베어스 유희관(28)이 리그 최고의 좌완 에이스 대열에 올라섰다.
유희관은 1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8⅔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완봉에 가까운 역투를 펼쳤다. 지난 등판인 6일 잠실 KIA전에서 7이닝 5피안타 1실점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던 유희관은 2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던지는 이닝이터 면모를 과시하며 2승째를 수확했다.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이번 시즌 리그 최고의 좌완투수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유희관도 이에 못지 않은 활약을 본격적으로 보이고 있다. 특히 유희관은 유일하게 맞대결에서 양현종을 꺾은 투수고,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

사실 유희관에 대해서는 기대와 함께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 등 걱정어린 시선도 많았다. 구속이 확실한 약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유희관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130km대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수는 없는 부분이다. 유희관의 지난해 활약이 깜짝 활약이라는 부정적 시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희관은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 인한 주위의 우려 속에서도 지난 시즌 이상의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아직 신무기인 포크볼을 꺼내지도 않았지만 좌타자와 우타자 모두 유희관과의 승부에서 의욕만큼 많은 안타를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포크볼이 타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즌 초에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활용하고 있는 싱커가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유희관은 15일 경기 직후 “싱커로 땅볼 유도가 잘 되는 것 같다. 포크볼은 언제 던질지 생각 중인데, 던지지 않아도 타자들이 고민하는 효과가 생기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하며 싱커의 효과와 함께 포크볼이 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번 시즌 좋은 활약을 하는 투수들은 많지만, 아직 숨겨둔 무기를 꺼내지 않고도 이정도 역투를 펼치는 투수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어쩌면 유희관의 가장 큰 무기는 가진 것으로 충분히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인지도 모른다.
비록 피홈런으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100개를 넘게 던진 9회말 2사에 야마이코 나바로를 상대로 한 유희관의 선택은 배짱 넘치는 몸쪽 공이었다. 이 홈런은 유희관의 완봉을 좌절시켰지만, 이러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구속이 140km도 채 되지 않는 유희관이 여기까지 오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유희관의 자신감이 유희관을 어디까지 데려다 놓을지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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