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황당한 새 규정, 위장 플레이 야기하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16 08: 20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된 메이저리그 '트랜스퍼' 규정이 혼란과 논란을 낳고 있다. 규정의 맹점을 역이용해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른바 '위장 플레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 론 워싱턴 감독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홈경기에서 판정 번복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0-5로 뒤진 6회초 1사 만루 수비에서 브래드 밀러의 투수 앞 땅볼이 나왔고, 텍사스 포수 J.P 아렌시비아는 투수 페드로 피게로아의 송구를 받아 홈에서 3루 주자를 포스 아웃시켰다. 이어 1루로 송구하려다 공이 손에서 빠지는 바람에 땅에 떨어뜨린 채 병살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 플레이에 대해 시애틀 로이드 맥클렌던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4심이 합의 끝에 아렌시비아의 3루 주자 포스 아웃도 무효되며 주자의 득점이 인정됐다. 워싱턴 감독이 격렬하게 어필했으나 돌아온 건 퇴장이었다. 이날 텍사스 뿐만 아니라 여러 팀들이 새로운 '트랜스퍼' 규정에 대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포구와 송구 동작 관련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야수가 글러브로 공을 잡은 뒤 송구하는 과정에서 공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완전한 포구'로 인정된다. 병살타 과정에서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내야수가 베이스를 밟아도 다음 동작에서 공을 떨어뜨리면 아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외야수 역시 뜬공을 잡고 몇 걸음 이동한 뒤 공을 떨어뜨리면 아웃이 아닌 실책으로 처리된다.
수십년간 야구는 포구와 송구 동작을 따로 구분했기에 이 같은 규정 변화는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트랜스퍼 규정을 악용하는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닷컴' 데이브 카메론은 15일자 칼럼을 통해 '일부러 공을 떨어뜨리는 게 야구의 새로운 전략'이라는 제목 하에 수비수가 새 트랜스퍼 규정을 잘 활용하면 주자를 속이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위장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인필드 플라이 규정으로 내야수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외야수들의 경우 위장 플레이로 악용할 소지가 충분하다. 카메론은 '외야수가 공을 잡은 뒤 몇 걸음 이동해도 공을 놓치면 불완전한 포구가 된다. 이로 인해 여러가지로 복잡한 상황들이 연출될 수 있다'며 무사 또는 1사 1·2루 상황에서 외야수가 공을 포구한 후 주자가 판단을 주저할 때 일부러 공을 떨어뜨려 1~2루 주자를 더블플레이로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메론은 '심판들이 고의적인 플레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메이저리그 감독들도 논리적인 주장을 펼칠 것'이라며 '물론 감독들이 일부러 황당한 작전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지만 올해는 여러모로 애매한 상황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주자는 뛰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렵고, 수비수는 실수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카메론은 '메이저리그가 문제를 인식하고 내년 시즌에는 보다 확실한 규정을 만들 것이다. 시즌 중 규정을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올해는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한 빨리 확실한 규정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즌 중 규정 변경이 쉽지 않은 만큼 올한해 메이저리그에서는 트랜스퍼 플레이와 관련한 애매한 상황이 자주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waw@osen.co.kr
 
알링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