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제퍼슨이 1표? 프로농구 MVP는 국내선수 전유물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4.16 10: 54

MVP(Most Valuable Player)를 따지는데 실력보다 국적이 중요한 것일까.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시상식이 14일 오후 4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정규리그 MVP는 LG를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문태종(39, LG)에게 돌아갔다. KBL 공식취재기자단의 투표에서 문태종은 총 98표 중 71표를 얻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정규리그가 종료된 직후 끝난 투표라 플레이오프의 영향은 전혀 받지 않았다. 2위는 22표를 얻은 조성민(31, KT)이 차지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5표는 어디로 갔을까. 김선형(26, SK)이 3표, 양동근(33, 모비스)이 1표, 데이본 제퍼슨(28, LG)이 1표를 얻었다. 제퍼슨은 올 시즌 평균 22분도 뛰지 않고 17점, 6.9리바운드의 훌륭한 성적을 냈다. LG의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에 가장 결정적 공헌을 한 선수는 제퍼슨이었다. 제퍼슨은 챔프전에서도 평균 22.7점을 넣으며 공격의 핵심역할을 수행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선수 제퍼슨이 왜 1표밖에 얻지 못했던 것일까.

KBL은 1997년 출범부터 정규리그 MVP와 외국선수상을 따로 시상해왔다. 이에 정규리그 MVP는 1위팀 주축 국내선수에게 주는 암묵적인 관행이 존재한다. 그런데 KBL은 2011-2012시즌부터 외국선수상을 폐지하고 MVP로 통합했다. 국내선수와 외국선수를 가리지 않고 최고로 잘한 선수를 뽑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제퍼슨 투표에서 드러나듯 아무리 외국선수가 잘했더라도 국내선수를 밀어내고 MVP를 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제퍼슨은 “문태종은 MVP를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리더십이 우리 팀에 큰 존재감을 보였다”면서 MVP 수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기자들이 제퍼슨을 후보로 고려했다면 적어도 문태종에 준하는 득표수가 나왔어야 했다. 외국선수는 실력을 떠나 애초에 MVP로 뽑을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다.
KBL 역시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을 뻔히 예상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에도 비슷한 문제가 불거졌다. 김선형은 96표 중 84표를 얻어 11표에 그친 동료 애런 헤인즈를 따돌리고 2012-2013시즌 정규리그 MVP 수상자가 됐다. 하지만 SK는 ‘헤인즈 원맨팀’이라고 불릴 정도로 의존도가 심했다. 헤인즈는 “김선형의 MVP 수상을 축하하지만 외국선수를 위한 상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섭섭함을 드러냈었다.
농구전문사이트 '유로바스켓'은 외신기자 투표를 통해 제퍼슨에게 'KBL 올해의 선수', '베스트5', '베스트 포워드', '최고 외국선수상', '외국선수 베스트5'까지 5관왕을 안겼다. 객관적으로 100% 신뢰할 수 없지만, 제퍼슨의 활약이 외국기자들의 눈에도 그만큼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외국선수에게도 동등하게 MVP 수상기회를 준다’는 KBL의 ‘전시행정’에 외국선수들만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농구팬과 선수들 사이에서 ‘진정한 최고’라고 인정받지 못하면 상을 받은 국내선수도 찜찜한 뒷맛이 남게 되어있다. 이럴 바에 KBL은 종전처럼 외국선수상을 부활시키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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