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홍성흔의 홈런포보다 값진 ‘턱 세리머니’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4.17 08: 30

홍성흔(38, 두산 베어스)이 첫 홈런을 포함해 2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본격적인 장타 행진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홍성흔은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2개의 솔로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팀도 5-0으로 승리해 3연승으로 7승 6패가 됐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에이스 모드 귀환과 함께 홍성흔의 연타석 홈런은 팀 분위기 쇄신에도 큰 도움이 됐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간 홍성흔이 버텨내던 압박감은 홍성흔의 모습에서 그대로 전해졌다. 중심타자이자 베테랑으로서 부진이 누구보다 괴로웠겠지만, 홍성흔은 그럴수록 더욱 밝은 모습만 보여주며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애썼다.

그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 바로 새로운 세리머니였다. 홍성흔은 홈런을 친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며 모든 선수들이 내미는 손에 턱을 갖다 댔다. 이른바 ‘턱 세리머니’였다. 주장인 홍성흔이 스스로 자신의 턱을 희화한 세리머니에 두산 선수단은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두산의 송일수 감독도 이날 경기가 끝난 뒤 “홍성흔의 홈런이 정말 보고 싶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홍성흔의 홈런은 두산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었다. 필요했던 홈런이 2개나 나오며 송 감독도 만족했고, 홍성흔도 경기 직후 “감독님께서 될 때까지 밀어주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감사의 표현을 했다.
그간 홍성흔의 마음고생은 농담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홍성흔은 “부진한 동안 타격코치가 20명 정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코칭스태프는 물론 칸투와 민병헌까지 타격에 대한 얘기를 해줬다”는 것이 홍성흔의 고백이었다. 그만큼 홍성흔의 부진 탈출은 팀 전체로 봐도 중요한 일이었다.
2홈런 3안타 경기를 통해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쏜 홍성흔은 “그간 (이)호준이 형이나 (이)병규 형 같은 베테랑 선수들을 보면서 자극받은 면도 많다”는 의미심장한 발언도 했다. 단순한 베테랑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이호준, 이병규와 같이 타석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이겠다는 의지였다.
타석에서뿐만 아니라 이호준과 이병규는 클럽하우스 리더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홍성흔이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원들이 묶일 수 있게 하는 것이 홍성흔의 소임이었고, 홍성흔은 ‘턱 세리머니’로 그것을 완성했다.
타석에서는 홈런으로 완성된 자신의 역할이 홈을 밟고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세리머니로까지 이어지며 홍성흔은 책임을 다한 리더가 됐다. 2개의 홈런을 한 경기에서 기록한 만큼 앞으로 팀을 위한 홍성흔의 목소리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분위기 메이커인 홍성흔이 살아난 두산의 행보를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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