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NC, 언더독의 질주 시작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4.17 07: 06

한 팀은 창단 후 한동안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한 팀은 ‘막내’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강자의 이미지보다는, 약자의 이미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두 ‘언더독’이 2014년 프로야구 초반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서서히 힘을 키운 넥센과 NC가 쾌조의 스타트를 끊으며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16일 현재 프로야구 순위표는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NC의 공룡 행보가 심상치 않다. 14경기를 치른 현재 10승4패(.714)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지난해 52승을 거뒀던 NC는 전체 일정의 10% 남짓을 치른 현재 지난해 승리의 20% 가까이를 쓸어 담았다. 넥센도 만만치 않다. 어느덧 7연승을 달리며 11승5패(.688)로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2위를 기록 중이다.
두 팀은 올해 상위권 판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팀들로 손꼽혔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한 단계 성장한 넥센은 오키나와 캠프 당시 일부 전문가로부터 “가장 강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성과 이상, 즉 우승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었다. 올해까지 외국인 선수 한 명을 더 보유할 수 있는 NC는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이종욱과 손시헌을 영입하며 단번에 4강권 전력을 갖췄다는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NC는 투·타 모두에서 급성장세를 실감하고 있다. 16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3.72)과 팀 타율(.294)에서 모두 선두다. NC의 지난해 팀 타율은 2할4푼4리로 리그 최하위였다. 그러나 이종욱 손시헌, 그리고 에릭 테임즈의 가세로 빈틈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여기에 약점이었던 불펜도 강해졌다. NC의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은 4.73이었지만 올해는 3.70까지 떨어졌다. 불펜 평균자책점도 1위다. 마무리 김진성을 중심으로 손민한 손정욱 원종현 임창민 홍성용 등이 분전하고 있다.
넥센은 강력한 타선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사실 넥센은 두 명의 외국인 선수(나이트, 밴헤켄)를 제외한 국내 선발 투수들의 출발이 경쾌하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2할8푼5리의 팀 타율, 그리고 압도적인 1위인 23개의 팀 홈런을 앞세워 상대를 두들기고 있다. 그 사이 마운드도 안정을 찾았다. 토종 선발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고 시즌 초반 흔들렸던 손승락은 수호신으로의 재도약 준비를 마쳤다.
막판 집중력이 강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NC는 네 차례의 연장전에서 모두 이겼다. 7회까지 앞선 6경기에서 모두 이겼다는 것도 지난해와는 크게 달라진 점이다. 넥센은 7회까지 앞선 9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불펜이 다소 불안했지만 7~9회에만 팀 타율 3할2푼과 11개의 대포를 쏘아올린 타선이 불을 뿜은 영향이 컸다. 막판에 강하다는 것, 그리고 승리를 지킨다는 것은 긍정적인 팀 분위기로 이어진다. 상대에 ‘강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는 것 또한 무시하기 어려운 효과다.
그라운드 안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넥센은 모기업이 운영하는 전형적 ‘한국식’ 프로야구단이 아니다. NC 역시 국내 굴지 기업들을 모기업으로 삼고 있는 다른 팀들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그만큼 색다른 시도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넥센은 육성과 마케팅 파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NC는 팬들의 감성에 접근하는 참신한 방식이 리그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안팎으로 강해지고 있는 두 팀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올해 프로야구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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