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 내 자리 아닌데…" 이용규의 미안함과 책임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18 06: 25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한화 이용규(29)는 요즘 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수비를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포지션은 외야수이지만 지난해 9월 왼쪽 어깨 회전근 봉합 수술을 받아 송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빠르면 다음달, 늦으면 6월에야 외야 수비에 나설 수 있는 상태.
김응룡 감독은 "이용규가 빨리 외야 수비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6월쯤에야 수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근우를 제외하면 1~2번 타순을 이룰 타자가 마땅치 않은 한화이기 때문에 당분간 '지명타자 이용규' 카드를 고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용규는 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그는 "나 역시 수비가 완벽하게 될 때 팀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다"며 "지명타자는 내 자리가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수비를 나가고 싶은데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공수 교대 때마다 앞장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어깨를 두드려준다. "수비를 못 나가는데 이렇게 해서라도 힘을 불어넣고 싶다"는 게 이용규의 말이다.
이용규를 지명타자로 쓰게 됨에 따라 한화는 거포 카드를 활용하기가 애매해졌다. 같은 시기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한 최진행은 전력질주가 어려워 외야 수비에 어려움이 있다. 활용도가 애매해지자 아예 2군으로 내려가 수비에도 나서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 다른 지명타자 김태완 카드를 쓰기도 쉽지 않다. 김응룡 감독은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이용규와 김태완을 번갈아 기용하고 있지만 이용규에게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타격 뿐만 아니라 주루에서도 쓰임새가 많기 때문. 이용규가 수비에 나설 때야말로 한화도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이용규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시즌 13경기에서 타율 2할4푼 5타점 5득점 2도루로 성적도 조금 아쉽다. 그는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부담도 있었고 스트레스도 받았다"며 "잘 하고 싶은데 야구가 뜻대로 되지 않더라. 캠프에서 재활로 훈련량이 적었기 때문에 경기장에 일찍 나와서 준비하고 있다. 잘 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용규가 받은 회전근 수술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큰 수술이었다. 그런데도 개막 엔트리에 들어와 뛰고 있는 것은 대단한 근성"이라고 말했다. KIA 시절부터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였던 이용규이기에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만큼 책임감으로 단단해진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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