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 첫 우승' 염혜경, "배구하랴, 배드민턴하랴"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4.04.20 07: 00

배구 선수를 꿈꾸던 섬소녀가 프로볼링 선수가 되더니 이젠 배드민턴 강사를 꿈꾸고 있다. 생애 첫 프로볼링(KPBA) 대회 우승자 염혜경(42)의 만능 스포츠우먼 이력이 화제다.
염혜경은 지난 17일 경북 영주시 영주볼링장에서 열린 '제 2회 경상북도컵 SBS 프로볼링 영주투어' 여자부 개인전 TV 파이널에서 김호정(32, 바이네르)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데뷔 6년 만에 맛본 첫 감격이었다.
충남 안면도 출신 염혜경이 이날 정상에 오르기까지 거쳐 온 복잡한 이력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염혜경은 현재 여자프로볼러 2기 멤버다. 동시에 울산대 대학원생(스포츠 관리)이고, 학생들에게 볼링과 배구를 가르치는 생활체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생활체육 배구 선수로도 뛰고 있는 염혜경은 토요일 방과 후에는 특수학교인 울산 혜인학교에서 배드민턴을 지도하고 있다. 3가지 종목을 동시에 수준급으로 해낼 수 있는 만능 스포츠 능력을 지녔다.

가장 먼저 접한 것은 배구. 염혜경은 4학년(울산 신정초) 때부터 배구 선수를 꿈꿨다. 경남 진주 선명여중, 선명여고를 졸업한 염혜경은 수원 연고의 실업 배구팀 선경 인더스트리에 입단했다. 포지션은 작은 키(172cm) 때문에 줄곧 세터.
염혜경은 3년만에 배구를 접고 말았다. 허리가 훈련 강도를 견뎌내지 못한 탓이었다. 1년을 쉰 후 허리가 낫자 염혜경은 돌연 볼링에 몰입했다. 하나에 빠지면 끝장을 봐야 하는 염혜경의 볼링 실력은 실업팀 수준까지 이르렀다. 1997년부터 울산(~2003년), 진주 국제대(~2004년), 대구체육회(2005~2008년) 소속 선수로 뛰었다.
염혜경은 이날 경기 후 "평소 나서거나 튀지 않는 성격인데 일단 경기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잠자고 있던 승부욕이 발동한다"면서 "실업 출신들이 대부분 우승을 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하겠지' 하며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우승할 줄 몰랐다. 상대(김호정)가 실수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우승한 것 같다"고 털털하면서도 솔직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주위 권유로 우연치 않게 여자프로볼링에 입문했다"는 염혜경은 "대회 때마다 알고 지내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고 재미있다"면서 "이제 우승했으니 성적이 아래로 내려가는 건 창피하다. 내가 자존심이 강해서 그런 걸 용납하지 못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좀더 볼링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성격도 솔직하고 유쾌하다. "배구 선수 시절에는 키가 172cm였는데 더 자라서 지금은 175cm에요. 신기하죠?"라고 되물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은 염혜경은 "배구할 때는 작은 키였는데 볼링쪽으로 오니 커 보이더라"고 말했다. 또 후원업체가 없느냐는 질문에 "신체적인 조건이 되다보니 좀더 강한 볼을 찾게 된다. 그래서 이볼저볼 써보느라 볼 스폰서가 없다"고 밉지 않은 자기자랑에 나서기도 했다.
염혜경은 목표도 여럿 있다. "당장 올해는 배드민턴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것으로 정했다"는 염혜경은 "그래서 배드민턴에도 집중해야 하고 대학원 3학기째인 만큼 논문도 준비해야 한다. 운동 건강관리에 대한 주제를 구상 중이다. 당연히 볼링과 배구도 해야 하고..."라고 웃어보였다.
할 일도 많고 집중력이 뛰어나(?) 아직 솔로에서 탈출하지 못했다는 염혜경은 언젠가 나타날 짝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이왕이면 나보다 크고 동갑이나 연하였으면 좋겠다"는 염혜경은 "중요한 것은 성격과 인성이 발라야 한다. 운동도 함께 즐기면 더 좋지 않을까"라며 녹록하지 않은 조건들을 내걸어 주위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한편 염혜경은 우승상금 800만 원의 쓰임새를 묻자 "5월 1일이 어머니 칠순이다. 어머니께 다 드리겠다"고 말해 효녀감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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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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